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집콕’의 시간이 장기화되면서 1인 가구 득세로 떠올랐던 소포장·낱개 포장 제품 대신 대용량·묶음 상품이 다시 주목받으며 유통공식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더욱이 배달음식도 못 믿겠다는 소비자도 늘어남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빛을 덜 받던 반조리 제품인 밀키트(Meal Kit)가 재부상했다.
◇150%↑묶음 상품 없어서 못 파네=묶음 상품은 비인기 품목이었지만 이제는 없어서 못 파는 상품으로 신분 상승했다. 대상 종가집이 론칭한 프리미엄 간편한식 브랜드 ‘종가반상’의 국탕류 HMR 묶음 상품을 보면 지난 2월 종가반상 사골 김치찌개(450g) 3개 묶음의 매출은 전월 대비 126.4%, 전통 순댓국(450g) 3개 묶음은 전월 대비 121.1%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내 생활이 많아지면서 다이어트를 강조한 제품군도 묶음 상품이 인기다. 대상 청정원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ON’의 곤약 볶음밥 6개 묶음 상품은 전월 대비 100% 이상씩 증가했다. 착한 칼로리의 ‘곤약볶음밥’은 탄수화물이 주인 쌀의 함량을 줄이고, ‘곤약쌀’을 넣어 포만감을 높인 냉동 볶음밥으로 집콕족 사이에서 인기다. 매콤해물 곤약볶음밥(200g*6입)(153.3%), 참치김치 곤약볶음밥은(134%), 계란 곤약볶음밥 (130.6%), 닭가슴살 곤약볶음밥(122.7%), 소고기 곤약볶음밥(97.8%)로 매출이 증가했다. 대상 관계자는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종류의 간편식 등을 묶음 상품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건강을 생각한 저칼로리 제품부터 외식을 대체하고 매일 즐겨도 부담 없는 한식 제품까지 다량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의점마저도 대용량 선호=1~2인 가구를 주요 고객 타깃으로 하는 편의점에서도 묶음 상품의 판매가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최근 2주(2월 17일~3월 1일) 6개 묶음의 생수 매출은 12%, 5개 묶음의 봉지라면 매출은 19.9%, 늘었다. 이마트는 지난 1월 28일~2월 3일까지의 매출을 지난해 설 연휴 이후 같은 기간(2019년 2월 8일~14일)과 비교해 쌀(20㎏) 판매가 15.3% 늘었다. 20㎏ 쌀은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없어서 안 될 제품군으로 바꿨다. 계란(30개입) 매출도 76.2% 증가했다.
◇배달 대신 해먹자=소비자들이 봉지를 뜯어서 냄비에 붓는 과정조차 귀찮게 느끼면서 업체들은 봉지째 전자레인지에 넣을 수 있는 상온 보관 HMR을 주력했다. 밀키트의 경우 손질한 음식 재료가 양념, 레시피(요리법)와 함께 들어 있어 약간의 손질이 필요해, 주력 HMR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배달음식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배달 음식의 조리 과정과 배달 과정의 안전성에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제는 해 먹는 집밥으로 관심이 쏠렸다. 개학이 연기돼 자녀들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집밥은 해먹고 싶지만 재료손질과 요리가 엄두가 안 나는 소비자들이 밀키트로 쏠리고 있다.
실제 CJ제일제당의 밀키트는 쿡킷은 2월 2~3주차 매출이 평월 2주 매출 대비 20% 올랐다. 쿡킷은 집에서 하기 어려운 요리도 척척할 수 있다며 집 요리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쿡킷은 하루 평균 2,000건 수준의 주문이 쏟아진다. 쿡킷의 경우 15개 상시 메뉴를 4주 동안 운영하며 매주 3회에 걸쳐 신메뉴를 출시해 신제품 회전이 빠른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매주 새롭게 선보이는 메뉴마다 품절사태가 발생할 정도다. 특히 ‘쿵팟퐁커리’ ‘감바스알아히요’ ‘밀푀유나베’는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주문이 몰리고 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