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개학이 3주 연기되면서 고3 수험생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대입 레이스에 돌입하는 3월에 학교는 물론 휴원으로 학원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수험생들이 선생님 없이 수험 생활을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개학 연기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공부에 투자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을 허비하면 상·하위권 간 성적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오는 23일 개학할 때까지 학습 리듬을 유지하면서 입시전략을 세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혼자 학습이 익숙하지 않다면 학교·학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우선 개학 연기로 겨울방학이 길어진 상황에서 학습 리듬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신학기가 시작됐다면 적어도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는 정규 수업 과정에 따르면 됐겠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다음주까지 스스로 계획해서 학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험생들은 기상시간과 공부시간을 등교 때처럼 정해 매일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지 않으면 나태해지기 십상이다. 공부하는 장소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외부보다는 집에서 공부하는 편이 좋다. 친구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공부하는 것은 금물이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시간이 더 주어졌다고 성적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3주의 방학이 고3 재학생들에게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대입까지 남은 기간 동안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험생들은 개학 전까지 자신의 성적 수준을 파악하면서 입시전략을 짜는 자세도 필요하다. 아직 자신이 어떤 전형에 지원할지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면 남은 방학기간 동안 고민을 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할지,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준비할지, 정시모집을 노릴지 정해둬야 한다. 학종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면 개학 후 학교 수업이 빡빡하게 진행될 것을 고려해 지금 학생부를 확인하고 자기소개서 방향이나 초안을 작성해놓으면 도움이 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학종 준비를 미리 시작하고 보통 방학기간에 준비하는 자기소개서도 2학년까지의 학생부 내용을 확인해 개요를 작성하고 특징을 잡아놓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논술전형에 관심이 있다면 목표한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해설을 들어보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해볼 만하다고 판단되면 학기 중 격주라도 시간을 내 짬짬이 논술 대비를 이어가는 것이 전략일 수 있다.
목표 대학 및 학과가 있다면 전년도 입시 결과를 토대로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교가 어떤 입시정책을 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년도 입시 결과는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대 지원을 희망하는 수험생은 서울대 입학본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0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최종 선발 결과’를 토대로 올해 입시에 대비할 수 있다.
올해 고3은 일부 과목의 수능 출제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예습·복습 시 유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올해 수능 영역 중 수학 가·나형의 반영 범위가 모두 지난해와 달라졌다. 수학 가형의 출제 범위는 지난해 미적분II,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에서 올해 수학I, 미적분, 확률과 통계로 줄었고 기하는 출제되지 않는다. 수학 나형의 경우 수학II, 미적분I, 확률과 통계에서 수학I, 수학II, 확률과 통계로 달라졌다. 기존 미적분II에서 배웠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이 수학I에 편제됐다.
또 개학 연기로 모의고사가 잇따라 연기되고 여름방학 단축이 불가피해진 만큼 이를 고려해 학습계획을 짜야 한다. 개학 연기에 따라 3월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는 3월12일에서 4월2일로, 4월8일 예정이던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도 4월28일로 미뤄졌다. 보통 4월 중·하순에 중간고사가 치러지지만 이 역시 학사일정을 고려할 때 한 달가량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혼자 공부하기 어렵다면 EBS 온라인 강의, 학교·지방자치단체·학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무료 강의를 활용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는 자체 운영하는 인터넷 수능방송 ‘강남인강’을 이달 말까지 전국 중고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이 기간에는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누구나 중고교 교과 900여개의 강좌를 무료로 무제한 수강할 수 있다. 입시교육 업체 이투스교육도 전국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학습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휴원기간 동안 계열 학원 재원생들에게 제공했던 ‘수준별 라이브 클래스’ 강의 영상을 일주일의 시차를 두고 전국의 수험생에게 공개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