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추가경정예산안 증액에 대한 여당의 움직임이 선을 넘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 증액에 소극적이라며 강하게 질책하는 등 정부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여당은 6조원 이상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수치를 들이밀며 압박했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려면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본격 심의를 앞두고 기재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지금은 우리 모두가 뜨거운 가슴뿐만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감정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기 보다 경제효과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이 대표를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12일 국회와 기재부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증액에 기재부가 난색을 보인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각 상임위에서 심사했던 증액 사안이 약 6조3,000억~6조7,000억원 규모인데 최소한 이 정도의 증액은 반드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꺼냈다. 이 제안이 적용될 경우 추경 규모는 18조~19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무작정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재정당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곳간지기’로서 이미 10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편성하기로 해 추경 증액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가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당정청이 추경 편성에 앞서 몇 차례 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음에도 지난 5일 국회 제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여당이 대폭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혹여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안이 적정한 규모라고 본다”며 “증액 규모는 소위에서 검토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정책실수가 아닌데도 예산을 늘리라며 행정부 위에서 군림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한때 이 대표가 전날 추경 확대에 소극적인 홍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당이 나서서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다”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 해임 건의가 본질은 아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취지”라고 전하면서 ‘해임 건의’ 언급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저녁 공식 입장을 통해 “이 대표가 ‘홍남기 부총리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세종=황정원·조지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