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 후보공천을 위해 실시한 경선에서 금태섭 의원(서울 강서갑)이 탈락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18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금태섭 의원./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등과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 소신 발언을 해온 금태섭 의원이 신인인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에게 패배해 경선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 청장은 본선 진출해 친문 열성 지지자들의 투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운열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차 지역구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강서갑에서는 금 의원이 탈락하고 강 전 부대변인이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는 이 전 지사가 강원 원주갑에서 박우순 전 국회의원을 꺾었고 황 전 청장은 대전 중구에서 전병덕·송행수 예비후보와의 3인 경선을 통과했다.
‘당원 명부 과다조회’로 자격이 박탈됐다가 회복된 김비오 부산 중·영도구 예비후보가 3인 경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했다. 조재희 전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비서관이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을 꺾고 송파갑에서 김웅 전 부장검사와 맞붙는다. 친이재명계인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는 용인갑에서 오세영 전 도의원에게 패했다. 이 외에도 김경지(부산 금정구)·박영순(대전 대덕구)·이규민(경기 안성)·문진석(충남 천안갑)·이정문(천안병) 예비후보도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현역인 금 의원이 강 전 부대변인에게 패배한 데는 △친문 지지자들의 표심 이탈 △신인 청년·여성 가점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 의원은 그간 민주당의 행보를 결정하는 주요 고비마다 열성 지지자들과는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왔다. 금 의원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후보자에게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진심으로 변명 없이 젊은 세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후 민주당이 당론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통과를 밀어붙일 때 기권표를 던지는 등 소신 행보를 보였다.
금 의원이 이 같은 소신 발언을 하자 친문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후보들이 연이어 도전장을 냈다. 정봉주 전 의원이 금 의원의 작심 발언을 비판하며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도부의 만류로 철회했다. 이어 ‘조국 백서’의 저자 김남국 변호사가 도전장을 내자 당은 조국 대 반조국 프레임으로 쪼개졌다. 강 전 부대변인도 정 전 의원, 김 변호사처럼 친(親)조국 성향 인사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 전 장관 청문회 당시 금 의원은 조국은 이런 사람이라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딱지를 붙였다”며 “당의 뜻이 결정됐을 때는 거기에 따르는 것이 당인(黨人)의 자세인데 금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기권했다”고 비판했다.
41세의 강 전 부대변인이 받은 청년·여성 가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일찌감치 청년·여성에게 가산점을 최대 25% 부여하는 공천룰을 확정해 강 전 부대변인이 그 수혜를 입었다.
소신 발언을 해왔던 금 의원이 ‘축출’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중도층 민심이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금 의원은)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있다”며 “수도권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강원 지역을 대표하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 전 지사가 원주갑 공천을 확정하며 지역 선거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강원 지역이 큰 인물에 대한 인물론이 있어 한 석 정도는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1년 정치자금법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도지사직을 박탈당한 후 10년 만에 선거에 복귀하게 됐다. 이 전 지사는 경선에서 승리한 후 “원주시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또 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