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에 고양 선거가 흔들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인 고양정(일산서구) 민심이 돌아서자 여당은 ‘경제 전문가’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투입해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김현미 저격수’로 투입된 김현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졸지에 적수를 잃었지만 여전히 부동산 심판론을 손에 쥐고 일산 탈환을 노리고 있다. 반면 고양갑(덕양구) 주민들은 창릉 신도시 개발로 인한 파급효과에 내심 기대감을 품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예비후보들은 이에 화답하는 교통망 확충 등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부동산 표심이 선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심판’ 김현아의 뚝심 vs ‘경제가 먼저’ 이용우의 혁신=고양정은 김 장관이 19·20대 총선 모두 승리를 거둔 ‘여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지만 3기 신도시 개발 소식으로 인해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일산 주민들은 그간 같은 1기 신도시인 분당과의 집값 차이, 불편한 교통망에 불만을 쌓아오고 있었다. 여기에 지역구 의원인 김 장관이 창릉 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며 일산 민심에 불을 질렀다. 일산과 서울 사이에 신도시가 개발돼 교통량은 더 늘고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김 의원은 김 장관의 지역사무소 바로 맞은편에 사무실을 여는 등 ‘김현미 저격수’를 자처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대정부질문에서 김 장관을 불러 분양가상한제와 일산 집값 문제를 날카롭게 질의했다. 1기 신도시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교통망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하는 ‘노후 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을 발의하며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살리기도 했다.
여당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카카오뱅크 신화’의 주인공인 이 전 대표를 교체 투입했다. ‘부동산 심판’ 프레임을 ‘부동산 대 경제’로 바꾼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일산을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시로 만들어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며 혁신기업 유치, 제2테크노밸리 조성, 경기북부 경제과학진흥원 유치 등을 약속했다. 일산의 문제를 부동산 문제로만 따로 떼서 볼 게 아니라 일자리가 창출되는 자급도시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생각이다.
◇교통망 확충으로 ’기대심리’ 노리는 與野=덕양구는 신도시 부지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창릉 개발로 인한 교통망 확충과 도시 가치 상승에 주민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고양갑 예비후보들도 개발 공약을 내걸며 적극 화답하고 있다. 특히 일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점을 들어 그린벨트 해제 등 덕양 주민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덕양구에서 세번째 선거를 치르는 심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교통오지라 불리는 고양시 동북부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로만 향하는 교통망을 순환형·격자형으로 바꿔 고양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1971년 그린벨트로 지정됐지만 관리 소홀로 난개발된 개발제한구역도 해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문명순 민주당 예비후보 역시 교외선 복원과 식사역 신설 등을 약속했다.
고양갑 선거의 중대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현재 보수 단일 후보로 이경환 미래통합당 예비후보가 전략공천된 가운데 진보진영 표는 심 대표와 문 예비후보로 나뉠 수 있다. 다만 심 대표와 문 예비후보 모두 아직까지 “후보 단일화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