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인타운.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인 여성을 상대로 한 인종 차별성 증오 범죄가 일어났다.
오모 씨(20)는 지난 10일 뉴욕 맨해튼 34번가 한인타운에서 한 흑인 여성으로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고 1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사건 당일 오 씨는 한인타운에 있는 어학원 건물에 들어서던 중이었다. 그 때 문 앞에 서 있던 수십명의 흑인 여성 가운데 한 명이 갑자기 뒤에서 그의 오른팔을 잡아 당겼다. 오 씨가 뒤돌아보자 여성은 오른쪽 어깨를 손바닥으로 다시 쳤고, 그가 몸의 균형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이번엔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오 씨는 “여성이 폭행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언급했다”며 “‘너 마스크 어디 있느냐’고 여러번 욕설도 내뱉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왜 이러느냐’고 항의하자 여성 동료 3~4명이 둘러쌌고, 나를 때린 그 여성이 또 손을 올려 폭행을 가하려했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저지로 추가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으나, 오 씨는 턱이 탈골되는 피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는 “미국 보건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일을 당하게 돼 억울하고, 지금도 두렵다”고 말했다. 또 “뉴욕에서 인종 차별성 증오 범죄가 종종 발생하는데 내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이는 누구라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현지 지역 언론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 행위로 간주하고 뉴욕경찰(NYPD) 증오 범죄팀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에 이번 사건 수사를 지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시아인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 없는 잘못된 편견에 따른 공격으로 보인다”면서 “뉴욕주의 그 누구도 그들의 출신이나 외모에 따라 협박이나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뉴욕경찰은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며, 오씨에 대한 피해 조사와 범죄혐의 확정을 위한 주변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