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면서 국내 자금조달 시장도 함께 흔들렸다. 우량등급으로 평가받는 시중은행의 채권이 사전청약에서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고 LS전선 자회사인 LS EV코리아는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7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에서 미달이 발생한 것은 사상 최초다. 불과 일주일 전 동일 규모의 국민은행 후순위채에 6,600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과 대비된다. 같은 날 키움캐피탈도 모집금액(5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자본시장에도 공포감이 스며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채권금리도 크게 출렁였다.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국고채(3년)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0.6bp(1bp=0.01%포인트) 상승한 1.092%를 기록했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둔화 우려로 한국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됐다”며 “금리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회사채의 주된 투자자인 운용사와 연기금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주식발행 시장도 얼어붙었다. LS그룹의 자회사인 LS EV코리아는 투자수요 부진으로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회사는 “최근 주식시장 급락에 따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잔여 상장일정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LS EV코리아는 1,500만주를 5,500~6,100원에 공모할 계획으로 지난 11~12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LS전선의 자회사로 폭스바겐·볼보 등 완성차 업체와 LG화학에 전기차 관련 부품을 공급해 IPO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납품하는 제품들이 전기차의 전원을 공급하거나 센서를 작동·제어하는 핵심부품인 만큼 공모 시장의 관심이 높았지만 코로나19로 침체한 투자심리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LS EV코리아마저 상장일정을 취소하면서 다른 IPO 추진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공모일정을 철회하거나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처음이라 누구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시장의 방향이 어찌 될지 모르니 관망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민경·김민석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