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평소 같으면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관광객들로 혼잡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번화가가 썰렁한 모습이다. /뉴욕=로이터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2일(현지시간) 오후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가 전일보다 189명 늘어난 1,01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20일 만이다. 확진자는 전날 대비 2,650여명 늘면서 전국 누적 확진자 수는 1만5,100명을 넘었다. 확진자 수가 연일 하루 기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자 당국에 이어 종교계도 강도 높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마 교구 내 로마 구역을 관장하는 안젤로 데도나티스 추기경은 이날 코로나19 방역을 돕기 위해 13일부터 이탈리아 정부의 전국적 이동제한령이 종료되는 다음달 3일까지 로마 시내 900여개에 이르는 모든 성당을 일제히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던 스페인에서도 하루 8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스페인 보건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확진자 수는 총 2,960여명으로 전날과 비교해 820여명 늘었다. 사망자 수도 80여명으로 전날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산체스 총리는 이날 180억유로(24조원 상당) 규모의 긴급예산 지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인적 피해뿐 아니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12일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잇는 쿠쿠타의 시몬 볼리바르 다리에서 코로나19를 피해 콜롬비아로 넘어가려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입국을 위한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쿠쿠타=AFP연합뉴스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한 스위스 남부의 티치노주(州)도 12일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확진자가 이미 800명이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스위스 내 다른 지역에서도 비상사태가 선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 공중보건국의 다니엘 코흐 전염병 담당 부장은 “스위스 내 다른 주도 같은 조처를 하게 될 것”이라며 밝혔다.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는 커지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12일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진정한 위험은 전 세계의 70% 이상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유럽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라며 “유럽이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새로운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13일 기준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한자릿수에 그친 반면 유럽에서는 연일 확진자가 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이 12일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세계 지도자들의 감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14일간 자가격리에 돌입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CNN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개인 리조트 마러라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브라질 대통령실 소속 커뮤니케이션국의 파비우 바인가르텐 국장을 만났는데 바인가르텐 국장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소식통이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자신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것에 대해 사실은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감염자로 확인된 프랑크 리스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지난 4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주요 행사들이 취소·연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보아오(博鰲) 포럼이 연기된 데 이어 3월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기로 예정됐던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 간 회담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8∼20일 런던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 2차 협상도 취소됐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