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공황급 시장 패닉, 뉴딜급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공포로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12일(현지시간) 9.99%나 폭락하며 ‘검은 목요일’의 혼돈에 빠졌다. 다우지수가 10% 넘게 떨어진 것은 1987년 ‘블랙먼데이’와 1929년 대공황 때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13일 3.43% 하락으로 장을 마쳤지만 장중 한때 8% 넘게 낙하하는 패닉장을 연출했다.


세계 증시가 곤두박질친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자들은 대공황에 견줄 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데 각국의 대책은 이를 타개할 만큼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른 현재 위기를 넘어서려면 대공황을 극복해낸 뉴딜정책에 버금가는 대책이 필요함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13일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현 국면을 ‘비상경제시국’이라고 선언하며 “과거에 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제 관건은 대통령의 인식에 걸맞은 대책을 얼마나 과감하면서도 치밀하게 내놓을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의 대책은 위기대처용이라기에는 부끄러울 정도였다. 선진국이 과감한 감세와 통화정책을 펼치는 동안 우리는 추가경정예산을 놓고 드잡이하기에 바빴다. 여당 대표가 추경 확대에 미온적이라며 경제부총리를 대놓고 겁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부총리에게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힘을 실어줬지만 경제수장의 리더십은 회복이 힘들 정도로 상처가 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제 워룸(비상상황실)’을 설치해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하고 이에 맞춰 위기극복을 위한 총력체제에 들어가야 한다. 재계가 요구한 법인·소득·부가세 등의 한시감면과 항공· 여행 등 타격을 받은 취약 업종에 대한 긴급자금 수혈에 즉시 나서야 한다. 무턱대고 돈에만 의존하는 손쉬운 대책에서 벗어나 주 52시간제 등 노동규제와 마트 의무휴업 등과 같은 규제들을 일거에 걷어내는 패키지 대책을 서둘러 꺼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부터 먼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닌 친기업에 방점을 둔 투자주도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며 정책전환에 나설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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