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폭락장에서도 자산배분ETF로 흔들림없는 투자해야"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시장 등락과 상관없이 뚝심있게 분산투자"
용돈벌이 투자와 목돈투자 구분필요
목돈 투자는 미국채·국내주식 혼합 ETF 활용할만
레버리지·달러·WTI 투자는 자산의 10% 이하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투자의 기본인 자산배분은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미국 국채를 포함한 국내외의 다양한 자산에 배분을 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이기는 게임입니다”

김두남 삼상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역대급 폭락장세로 공포가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요즘,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을 강조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 찾고 투자의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가깝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1987년 블랙먼데이와 견줄만한 하락장 속에서 투자자들의 고통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그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한 투자 수단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전세계의 다채로운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상승뿐만 아니라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김 본부장은 간명하면서도 튼튼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자산배분 ETF의 활용을 권했다. 그는 “미국 채권(환노출)과 국내주식을 6:4의 비율로 섞은 ETF와 같이 변동성은 작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자산배분 ETF가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재미로 하는 투자와 목돈을 굴리는 투자의 구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재미 삼아, 용돈 벌이를 위해 하는 투자와 노후대비 등을 위해 목돈을 굴리는 투자를 구분하지 않고 투자하다가 큰 손실을 본다”며 “레버리지나 인버스, 원유, 금 등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자는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전체 투자금액의 10% 이하의 작은 비중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삼성자산운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공포스러운 폭락장이다. 이럴 땐 어떤 ETF에 투자해야 하는가.

“ 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자산배분을 해야 한다.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이 장기 자산배분상품은 장이 아무리 변동해도 정해진 투자비중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끌고 간다. 이런 자산배분펀드는 일시적으로는 흔들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긴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흔들리지 않고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야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는 몇 달이든, 일 년 후든 결국 치료제가 나오고, 세계 경제는 회복 할 것이다.”

▲ETF를 활용한 자산배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개인들이 여러 ETF로 직접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한 이후, 요즘 같은 변동성 장세를 버텨내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속성이 그렇다. 계좌를 열어 보면 주식은 대폭 빠져 있고 채권을 올라도 찔끔이다.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 정답인데 개인의 욕망을 억제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예 자산배분을 알아서 해주는 ETF들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요즘 같은 때 빛을 발하는 상품이 ‘KODEX 200미국채혼합’과 같은 자산배분 ETF다. 미 국채 10년물을 환 노출로 60% 담고, 국내 주식을 약 40% 담는다. 여러 조합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달러채 편입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크게 낮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달러와 채권이 강세가 되기 때문이다. 상당히 간단하지만 달러까지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또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해외주식보다 국내 주식이 워낙 덜 올랐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빠지고 있다.”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섰고 미국 금리도 많이 떨어졌는데, 지금이라도 미국 달러와 채권에 투자를 해아할까.


“달러와 금은 항상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넣어둬야 하는 자산이다. 특히 주식과 채권과 함께 섞이면 변동성이 낮아진다. 코로나19가 없어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달러 ETF도 있는데, 달러를 직접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안 난다. 금리는 없고 환 차익만 있다. 채권으로 들고 있으면 단 0.5~1%의 수익이라도 있다.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정부는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다. 미국 금리도 더 빠르게 내려가면서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생기고 있다. 채권과 달러를 엮은 환 노출형 미 국채투자가 좋은 대안이 된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삼성자산운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자산배분형 ETF 상품은 또 어떤 것이 있는가.

“국내 채권과 국내주식을 섞은 ETF도 비중별로 상품이 나와 있다. 나이나 투자 성향에 맞게 상품을 고를 수 있다. 20대~30대라면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은퇴 앞두고 있다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 위험자산 비중을 가져가면 좋다.

다만 직업에 따라서도 다르다. 은퇴시점까지 벌이가 안정적이면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도 된다. 소위 ‘휴먼캐피탈’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 손에 돈을 쥐고 있지 않아도 소득이 꾸준히 생길 것이기 때문에 금융자산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상쇄된다. 그러나 미래소득 불안정하다면 젊더라도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

▲금을 투자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금ETF의 장점은 무엇인가

“국내 나와 있는 금 ETF는 환헤지가 돼 있다. 종로 금은방의 금시세는 환율에 노출돼 있다. 국제금값이 10% 올라도 환요인 때문에 이런 금시세는 10%가 안오를 수 있다. 그래서 정확하게 금의 수익률을 추종하려면 환헤지형 금ETF가 낫다.”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나 레버리지 ETF, WTI ETF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엔터테인먼트와 인베스트먼트를 구분해야 한다. 금융자산의 10% 이내에서 고점대비 크게 빠진 유가에 투자하거나 주식에 강하게 베팅해볼 수는 있다. 투자하는 재미니까. 설령 연봉이 1억원인데 1,000만원은 투자하다가 다 날려도 대세에 지장이 없지 않나. 그러나 결혼 자금, 노후자금, 자녀학자금과 같은 중요한 목돈을 굴리는데 변동성이 큰 ETF로 방향성 투자를 하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특히 레버리지ETF는 단기매매용 상품이다. 한 달 이상 투자하지 말라고 권한다. 역복리 효과 때문에 장기로 투자하면 지수가 같은 수준으로 돌아와도 손실이 날 수 있다.

▲요즘 같은 장세에 투자조언은?

-겪고도 자산배분 ETF나 TDF를 장기투자하면 정말 수익을 낼 수 있다. 장기 자산배분 투자 기본 전제는 기업의 이익이 금리보다 높다는 점이다. ROE(자기자본이익률)이 금리보다 낮은 기업은 존재할 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때일 수록 자신의 자산이 잘 분산이 돼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분산이 안돼 있다면 그걸 적인 비중을 채워 넣어라. 공포나 탐욕에 의해 급격히 팔거나, 급하게 사들여서는 안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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