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전경.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해 화제가 됐다.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한국의 사무실이 회사에서 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IT 회사들이 밀집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는 재택근무를 무기한 연장하는 모양새다. 평소 유연근무제가 정착한 회사들이 많고 산업 특성상 상대적으로 원격근무에 유리한 점이 주효했다.14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판교에 기반을 둔 IT 기업들은 잇따라 재택근무 또는 순환근무를 연장하며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오는 20일까지 연장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전사 재택근무 중인 카카오(035720)도 기간을 정하기 않고 재택근무를 연장할 방침이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도 일제히 사옥을 떠났다.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지급해 화제를 부른 엔씨소프트(036570)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7일의 유급휴가를 지급한데 이어 오는 20일까지 조를 짜 순환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넷마블 역시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오는 20일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했다. 넥슨은 정상출근으로 전환했다가 오는 16일부터 다시 재택근무에 돌입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원격근무를 돕는 각종 ‘협업 툴’ 사용을 대폭 촉진했다. NHN이 지난해 선보인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화상회의 접속률은 코로나 전과 비교해 25배 폭증했다. 프로젝트, 메신저, 메일 등 기능 접속량도 일 평균 30% 늘었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 메시지 사용량은 전월 대비 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상통화 기능 사용량과 신규 가입 기업 수는 2배 늘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미국 역시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아마존, 구글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 역시 코로나19 초기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한 상황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전 직원에게 가능하면 재택 근무를 시행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줌(ZOOM)’을 필두로 하는 화상회의 솔루션이 나스닥의 스타로 떠올랐다. 줌 개발·운영사인 미국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은 주가가 1월말부터 지난 5일까지 75% 급등하며 기업 가치가 대폭 상승했다. 감염병이 경제를 위축시켰으나 또 다른 면에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서비스 트렌드의 기폭제로 작용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노마드’, ‘공유 오피스’로 대표되는 원격근무 흐름과 함께 협업 툴 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8년 협업 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24억달러(약 3조원)로, 오는 2021년에는 32억달러(약 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IDC는 화상회의 플랫폼 시장의 경우 2023년까지 430억달러(약 5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