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해 극복을 위한 연예계의 따뜻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각각 5억 원을 기부하고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팀이 포상휴가를 가는 대신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단체 기부도 있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스타들의 개인적인 기부 동참이다. 배우 이민호, 다니엘 헤니와 소지섭은 3억 원을 각각 기부했다. 가수 아이유는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총 2억 8,000만 원을 다섯 번에 걸쳐 선뜻 내놓았으며, 배우 현빈은 최근 소속사도 모르게 2억 원의 성금을 쾌척한 사실이 알려졌다.
배우 김보성. /MBC ‘라디오스타’ 캡처
‘의리’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배우 김보성은 “힘내라! 대구”라고 적힌 현수막을 트럭에 걸고 직접 대구를 찾기도 했다. 대구에서 돌아온 김보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면 또 한 번 대구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배우 이정재와 김영철, 이병헌, 전지현, 가수 박효신과 김범수, 강다니엘, 개그맨 유재석, 강호동 등 수많은 스타들이 기부대열에 합류했다. 방송인 서장훈과 가수 비 등은 자신이 소유한 건물 세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 인하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스타들의 선행은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조용히 퍼져 나간다.
유재석.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스타들의 선행은 이번 코로나19 때에만 ‘반짝’하는 것은 아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스타들의 기부 참여가 활발한 모습이지만, 대중의 사랑으로 성장한 많은 스타들이 그 사랑을 보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기부와 봉사 등 선행을 이어왔다. 지난해 강원 산불사태나 2017년 포항 지진 등 위기 상황에서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남몰래 소외계층을 돕는 스타의 미담이 알려지곤 한다. 대구 마스크 나눔으로 화제에 오른 김보성의 경우 이미 지난 2014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개그맨 유재석도 10년 넘게 ‘아름다운 재단’에 수 억 원을 기부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는가 하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나눔의 집’에도 꾸준히 기부하는 등 선행에 앞장서 왔다.
스타들의 이러한 행동은 대중의 인식 변화에도 일조한다. 최근 배우 박시은·진태현 부부는 대학생 딸을 입양해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2015년 결혼 후 신혼여행으로 방문한 제주도의 한 보육원에서 처음 만난 세연 양과 인연을 이어오다 입양을 통해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배우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지난 2005년과 2008년 두 딸을 입양하면서 국내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차인표는 한 방송에서 “입양은 칭찬 받을 일이 아니라 축하받을 일이다. 가족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타들이 앞장서면 그만큼 대중들이 따라가게 되는 만큼, 스타들은 이 힘을 공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며 “이들 스스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등 홍보 효과도 있지만 선한 행동은 동조 효과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좋은 일을 시작하면 더 많은 이들이 따라가게 되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이를 통해 기업이나 개인도 동참할 수 있고,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책임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TS.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스타들의 선행은 당장 팬들의 선행으로도 이어진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 코로나19확산 예방 및 피해복구를 위해 1억 원을 기부하자, BTS 팬클럽인 ‘아미(ARMY)’도 코로나19로 취소된 4월 서울 콘서트 티켓 예매 환불금을 성금으로 내며 응답했다. 지난 1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방탄’ ‘BTS’ ‘아미’ 등 BTS와 관련된 이름으로 들어온 기부금이 약 4억 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아미’는 그동안 BTS 멤버들의 생일을 기념해 소외계층을 위한 물품 지원을 하거나 기부를 하는 등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펼쳐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 팬 문화가 조공 문화, 즉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들에게 잘해주거나 다른 아티스트와 경쟁에서 이기도록 세몰이를 하는 문화였다면 최근에는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팬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며 “아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타의 ‘선한 영향력’이 팬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예인들의 기부와 선행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닌 만큼 대중들의 응원과 격려도 필요하다. 최근 한 연예인은 다른 연예인과 비교했을 때 적은 금액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악플이 달리는 등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곽 교수는 “기부는 자의로 이뤄지며 얼마가 되어야 한다는 평가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연예인의 기부 행위를 격려해주는 대중의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