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한국은행 임시 금통위 ‘긴급 금리인하’는 청와대 회의 다음날
2008년 10월26일.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국내 금융·실물경제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확산됐습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전에 급히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일반 가계에 이자 부담이 급등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난 2008년 10월27일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긴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때 한은 금통위는 0.7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연합뉴스
회의에 참여했던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는 정부의 압력에 결국 0.75%포인트의 대폭 인하를 결정했습니다. 다음날인 27일 오전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긴급하게 열고 기준금리를 5.00%에서 4.2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당시 한은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이 국내시장으로 파급되면서 환율 및 주가가 급등락하고 부분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앞으로 실물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금융기관에 대한 여수신이율도 개정해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연 3.25%에서 연 2.50%로 내렸는데요.
지난 2008년 10월31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려면 내수부터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다음날인 28일, “세계경제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위기”라며 “여기서 대처를 잘하면 우리의 경제순위가 바뀌고 위상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경우 선진국 진입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일종의 역발상적인 발언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비서실장.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은 총재,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연합뉴스
◇2020년 ‘코로나19 경제위기’, 한국은행 임시 금통위는 언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후 10년만에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다시 약 12년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습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전례없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하고 한국은행은 금융중개지원 대출 한도 증액 및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 확대 등의 미시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실물경제가 먼저 위축된 후 금융시장 불안함도 커지는 상황이라 원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쓸 수 있는 대책을 다 써봐야 할 정도로 국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만큼 금리 인하 정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이례적으로 대통령 주재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는데요. 이 총재가 대통령 주재 경제 부처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정기회의에 마스크를 쓴 채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은은 금통위원들이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를 협의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임시 금통위 회의의 개최 시기는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가 예고된 이달 17일을 전후해 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례회의가 18일(현지시간) 열리는 만큼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 여부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연다고 해도 영국이나 미국처럼 0.50%포인트의 큰 폭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합니다. 이미 1.25%로 기준금리가 현저히 낮은데다가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고 금리 인하를 통한 실물 경제 부양의 효과가 점점 미미해지고 있는 탓입니다.
금통위원들도 예상치 못한 전염병 발 경제 위기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은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후 열흘이 지나서야 ‘임시금통위’를 검토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은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됐던 지난달 27일 금통위에서도 금리동결을 결정했는데, ‘코로나가 3월 정점 후 진정될 것이며, 1·4분기에 그 영향이 집중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렸다는 지적입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