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행정상 준비를 마무리하는 대로 해외 모든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오늘(15일) 유럽 5개국으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했지만 전 세계적 대유행에 특정한 나라에만 적용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전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무적으로 행정력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4일 중국 본토를 시작으로 홍콩·마카오(2월12일), 일본(9일), 이탈리아·이란(12일)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으며 이날부터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이 추가됐다. 이들 국가에서 온 입국자는 발열 검사를 하고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보고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입국자로 대상을 늘리는 것은 간신히 진정시킨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국외 유입으로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76명 증가한 8,162명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신규 확진자 수가 두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23일 만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 고양시가 이탈리아에 머물다 13일 귀국한 남성의 확진 소식을 알렸고 인천과 광주에서도 유럽발 방문객의 ‘양성’ 판정이 이어지며 해외 입국자발 재유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별입국절차 대상 입국자들 가운데 상당한 수가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인 점도 심상치 않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유증상자가 꽤 있다”며 “아직까지 ‘양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많은 국가의 환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지역사회를 통한 산발적 감염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집단감염원으로 떠오른 서울 구로 콜센터와 관련한 확진자 수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전일 대비 9명 늘어 124명(직원 85명·접촉자 39명)이 됐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22일 증상을 보인 콜센터 직원이 있어 이번 집단감염의 출발점이었는지 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11층 콜센터 소속 확진자가 방문했던 경기도 부천시의 생명수교회 등 종교행사 등을 통해서도 1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다만 신규 확진자 수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이번 수도권 집단감염이 ‘3차 유행’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 당국이 검사 대상자 1,148명 중 1,094명을 검사한 결과 다른 층으로의 대폭 확산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를 긴장하게 한 해양수산부에서의 집단감염은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에서 직원 795명 전체를 검사한 결과 768명은 음성 판정이 났다. 현재 해수부 확진자는 직원 27명과 가족 2명 등 29명이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