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증상 없어도 입원·수술 전 코로나19 검사…본인부담 논란

“감염→폐쇄 막자” 先검사 요구 병원 늘어
증상없어 8만~16만원 안팎 본인부담해야
방역당국 "효과·재정 면에서 바람직 안 해"
일각선 "신천지 등은 무료…부담 줄여줘야”

입원치료·수술을 받으려면 발열이나 기침·목 아픔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이런 경우 8만~16만원 안팎의 검사비를 전액 본인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없는데도 병원이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별다른 증상을 못 느끼고 확진을 받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켜 병원이 폐쇄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려대안암병원, 은평성모병원, 분당제생병원, 서울백병원과 일산백병원 등이 병원내 코로나19 감염사고 발생 또는 확진 전 환자 진료로 응급실 운영이나 외래진료가 한 때 중단되거나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입원치료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을(乙)의 입장이어서 증상이 없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코로나19 검사비를 부담하고 있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고 의사가 ‘코로나19 의심증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사를 받아도 정부와 건강보험 재정에서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에 본인부담이 없다. 하지만 의심증상이 없는데 병원내 감염사고 예방 차원에서 검사받는 경우에는 비용을 전액 본인부담해야 한다. 의료기관들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검사 단가(코·입인두 검체와 가래 검체 각각 7만4,000~8만2,000원 안팎) 수준을 본인부담시키고 있다.

병원내 코로나19 감염으로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이 중단된 분당제생병원.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경기도에 사는 30대 임신부 A씨는 최근 급히 임신 유지에 꼭 필요한 수술을 받으려고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진료실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부모님이 계신 경북 포항을 다녀왔다고 하니 병원 측은 “대구·경북을 다녀온 지 2주가 넘었거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바이러스 미검출)을 받아야 한다”며 유료 검사를 요구했다. 김씨는 10여만원을 내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고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대구에 사는 30대 여성 B씨는 지병이 재발한 것 같아 평소 다니던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음압병실에서 13시간 넘게 대기했다. 음성 판정이 나온 뒤에도 감염 우려가 있다며 비싼 1인실에 입원시켰다.


경북 구미에 사는 30대 여성 C씨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입원을 위한 예약진료를 받으려다 병원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자비로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오고서야 병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환자이송요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17일간 폐쇄됐다가 운영을 재개한 은평성모병원도 모든 입원환자에게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어도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한다. 병원 관계자는 “본인비용이 부담되지만 환자들도 최근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잘 설명하면 받아들인다”고 했다.

은평성모병원 방문객들이 1층 정문 밖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코로나19 의심환자 등을 걸러내기 위한 전자문진에 응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평성모병원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많은 국민이 검사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의사의 재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경북 거주자라도 의심증상이 없는데 건강보험 재정과 정부 예산을 들여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지원하는 것은 (방역 효과와 재정의 효율적 운영 모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중국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여행자, 우한 교민과 신천지 교인 등은 증상이 없는데도 본인부담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해줘 형평성 논란도 여전하다.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명지병원 처럼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없는 환자가 입원할 경우 무료로 검사해주는 곳도 있다. 이왕준 이사장(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비상대응실무단장)은 “병원 내 감염자 발생으로 외래진료나 응급의료센터 운영이 중단되면 혈액투석·방사선치료 등을 받는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위기를 맞거나 큰 불편을 겪게 되고 병원도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병원이 검체 채취는 물론 PCR 검사까지 직접 수행하고 경영진의 결단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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