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LCC 지원조건 파격 완화

정부·은행, 4,000억 무담보 대출
대부분 LCC 보유한 부동산 없고
리스 형태 비행기도 담보 인정안돼
구체적 조건 미확정에 마음 못놔
시설 사용료 감면도 막판 조율 중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노선에 연이어 운휴 또는 운항 잠정 중단을 결정하고 있는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운항이 취소된 국적 항공사 항공기들이 갈 곳이 없어 주기돼 있다. /영종도=이호재기자


산업은행이 저가항공사(LCC) 지원에 유례없는 무담보 대출 카드를 꺼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항공 산업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CC들이 유일하게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항공기가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 변경으로 부채로 잡히고 있어 사실상 담보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LCC들은 아예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에어부산(298690)·에어서울·이스타항공의 국제선 항공편은 단 한 대도 운항을 못하고 있고 그나마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가 괌·사이판 등으로 6편, 티웨이가 2편을 운항 중이다.


산은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출심사부터 담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신디케이트론 역시 통상 무담보로 대출이 나간다. 현재 LCC들의 자산은 부채로 잡히는 리스 항공기뿐이다. 에어부산을 제외하고 대부분 항공사 사무실도 임대라 보유 부동산도 없다. 에어부산 사옥도 이미 대출 담보로 제공됐다. 여기다 지난해부터 항공 업황 악화로 LCC들은 신용평가도 불가능했다. 앞서 LCC 사장단이 ‘무담보·저리·장기 대출’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산은도 이를 수용해 지원 조건을 파격적으로 완화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한 이석주(오른쪽 세번째) 제주항공 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LCC별로 지원 규모가 초미의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많은 티웨이항공과 진에어의 경우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책정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는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을 각각 1,231억원, 629억원 보유하고 있다. LCC 1위인 제주항공(296억원)과 에어부산(462억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또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이미 산은이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에 막대한 규모의 차입금을 지원해준 점을 감안해 자금 지원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담보 대출 등 일단 조건이 대폭 완화돼 긴급 수혈이 결정돼 다행”이라면서도 “상환 조건·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외에도 항공사들의 공항 시설사용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고심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항공사가 공항 사용료를 유예하고 상반기 내 항공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6월부터 두 달간 착륙료를 10%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유예분에 대한 이자가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착륙료 감면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현재 LCC들은 대부분이 노선 운항을 중단한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가 각종 비용과 세금 등을 전면 감면으로 적용할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협약에 따라 국적항공사뿐 아니라 외국항공사도 같이 적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공항공사와 이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의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대한 지원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정책금융 지원 대상에 일부 대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유동화회사보증(P-CBO)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에 신보가 보증을 서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자동차·조선 업종이 대상이었는데 항공, 관광, 내수 민간소비 대기업도 포함하는 방안이다.
/박시진·이태규기자 see1205@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