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오승현기자
국제정치학 전문가인 이근 (57·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현대사회에서 대한민국은 강소국이 아닌 강대국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전략연구원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지역 거버넌스위원회 위원 등을 거치며 국제사회의 변화를 현장에서 체험한 결과 문화·학술·기술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이 강대국클럽에 가입할 수 있도록 외교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 이사장의 임기 중 숙제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KF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이사장은 “우리 주변국들은 전부 강대국이지 않느냐”며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외교에 대한 정답은 강대국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한국이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이유로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들었다. 그는 “과거 강대국의 조건이 군사력에 있었다면 현대는 기술혁신과 경제력·글로벌네트워크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됐다”며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한국이 강대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기생충’,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가 전 세계 문화사업에 미치는 파급력과 함께 국내 대기업들이 첨단기술력을 인정받는 상황이 증거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스스로를 ‘미들파워’ 강소국으로 떨어뜨리면 그 정도 대접밖에 못 받는다”며 “강대국 외교전략과 강대국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공공외교 수장으로 임명될 당시부터 이 이사장은 강대국으로서의 한국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국가 간 전쟁이 거의 사라지고 있고 다자주의 제도가 정착하면서 공공외교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졌다”며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21세기 외교의 중요한 한 축인 공공외교를 전담해온 KF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국 외교전략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 이사장은 KF 설립 30주년인 오는 2021년을 대비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KF의 지난 30년을 회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과학기술·문화·혁신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들의 모임을 구성하고 미래 담론을 주도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선진강국으로 인정받고 ‘미래지향적’인 한국의 모습을 알리는 공공외교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