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은행, LCC에 4,000억 ‘무담보’ 대출...지원조건 파격 완화

이번주 심사 결과 통보 예정
산은·수은·시중銀, 제주항공-이스타 인수에 최대 2,000억 신디케이트론
산은은 신디케이트론+나머지 LCC 지원에 최대 3,000억
LCC 담보 없어 무담보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키로
시설사용료 감면, 막판 조율 중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7개 저가항공사(LCC)에 4,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출해준다. 은행이 담보를 잡지 않고 대출해주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은행이 안고 간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LCC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자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는 이르면 이번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LCC 지원 대책을 발표한다. 우선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최대 2,000억원을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 형태로 지원한다. 현재 산은·수은 등이 시중은행과 협의 중인데 상황에 따라 지원금액은 2,000억원에 못 미칠 수 있다. 지원 규모는 제주항공의 인수계약금 545억원에다 이스타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을 고려해 정해졌다.

여기에 당초 산은이 LCC에 지원하기로 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최대 3,000억원이 더해진다. 산은이 신디케이트론에 얼마를 투입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1,000억원가량을 지원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7개 LCC 중 제주·이스타항공을 제외한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티웨이·플라이강원 등 5개 업체에는 2,000억원이 지원된다. 이로써 LCC 총 지원 규모는 산은의 신디케이트론 1,000억원에 다른 LCC 지원 2,000억원, 수은과 시중은행의 신디케이트론 1,000억원 등 4,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대부분 무담보 대출이다. 통상적인 대출이라면 담보를 잡지만 LCC는 담보가 없다. 코로나19, 일본행 여행객 급감 등 갑작스러운 위기가 터진 점을 감안했다. 산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출심사 때부터 담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신디케이트론 역시 통상 무담보로 대출이 나간다. 현재 LCC들의 상태를 보면 대부분의 자산이 리스 항공기뿐이라 담보로 내세울 게 없다. 대부분 공항공사의 사무실을 임대하는 형태라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에어부산이 유일하게 사옥을 부동산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나 이미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 부품을 구입한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항공업황 악화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LCC들은 신용평가도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LCC 사장단은 지난달 긴급 공동 입장문을 통해 ‘무담보·저리·장기 대출’을 요구했고 산은이 이를 수용해 지원조건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LCC별로 얼마를 지원받을지도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많은 티웨이항공과 진에어의 경우 다소 적은 금액을 책정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는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을 각각 1,231억원, 629억원 보유하고 있다. LCC 1위인 제주항공(296억원)과 에어부산(462억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또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이미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막대한 규모의 차입금을 지원해준 점을 감안해 자금지원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무담보로 대출이 나가는 등 일단 조건이 대폭 완화돼 긴급수혈이 결정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상환조건·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외에도 항공사들의 공항시설사용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고심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항공사가 공항사용료를 유예하고 상반기 내 항공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오는 6월부터 두 달간 착륙료를 10%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유예분에 대한 이자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착륙료 감면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현재 LCC들은 대부분의 노선 운항을 중단한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가 각종 비용과 세금 등을 전면 감면할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협약에 따라 국적항공사뿐 아니라 외국 항공사에도 같이 적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공항공사와 이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시진·이태규기자 see1205@sedaily.com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노선에 연이어 운휴 또는 운항 잠점중단을 결정하고 있는 15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운항이 취소된 국적항공사 항공기들이 갈곳이 없어 주기돼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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