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규제에 빛 바랜 혁신 1호 인터넷전문銀

이지윤 금융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3주년 성적표는 말 그대로 초라하죠. 혁신은커녕 각종 규제를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이니까요.”

이번 달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부결된 후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례법 불발로 마지막 비상구를 잃은 국내 1호 케이뱅크는 출범부터 줄곧 규제의 가시밭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케이뱅크는 당시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지분 한도 4%로 시작했다. 산업자본을 충분히 끌어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 자금 부족으로 주요 주주인 KT로부터 증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됐다.


그 사이 케이뱅크의 실적은 고꾸라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전년대비 20.3% 늘어난 1,00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은행으로서의 역할도 못 하게 됐다. 자본금 부족으로 지난해 4월부터는 일부 대출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고 현재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3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였던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발길을 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토스뱅크가 선정된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단계에서도 대형 ICT들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인터넷은행을 하고 싶어도 각종 규제로 유지조차 어렵다는 것을 케이뱅크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3일이면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이 출범 3주년을 맞는다.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 ‘내 손안의 첫 번째 은행’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24시간 365일 비대면으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지금의 모습으로 보면 혁신은 둘째 치고 심폐소생도 버거워 보인다. 정부와 당국의 초기 바람대로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하고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해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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