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조인에셋글로벌자산운용 운용대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째 상승 흐름을 이어오던 미국 증시가 2월 중반부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혹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있다. 두 가지 지표는 그 당시보다 낮은 상황이다. 최근 석유수출기구(OPEC) 감산 합의 실패로 유가가 단기간에 49%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저점(33.87달러)을 밑돌며 27.34달러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장중 한때 0.339%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에 미국 10년 국채금리의 최저점은 2.05%였다.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를 보면 얼핏 금융위기의 전조 증상을 투자자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24일 올해 들어 처음 스몰블랙먼데이가 출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 등으로 2차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중단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다우지수는 3.56% 급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가 무산되고 유가가 폭락하면서 지난주 월요일 다우지수는 7.79% 폭락하는 두 번째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것이다. 연이어 3월12일과 16일에 각각 9.99%, 12.93% 폭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다우지수는 단기 급락에도 불구하고 2008년 저점 대비 두 배가량 높은 수준에 있다. 이는 경제 규모와 이를 반영한 시가총액, 기업이익이 월등히 커졌다는 것을 말한다. 풀이하면 경제 규모와 기업가치가 돛단배가 아니라 항공모함이 됐다는 것이다. 돛단배는 작은 파도에 심하게 출렁거리지만, 항공모함은 큰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항로를 향해 나아간다.
반복되는 G2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자료제공=조인에셋글로벌자산운용
세계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증시는 커플링(동조화)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반복해왔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G2(미국·중국)는 디커플링 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4.6% 폭락세를 보인 반면 다우지수는 5.6% 하락에 멈췄다. 지난해에는 양국이 무역협상에 나서면서 두 지수는 나란히 22.3% 상승하면서 커플링 됐다. 올해 G2 증시는 디커플링 되고 있다. 다우는 이달 16일 기준 29.3% 하락한 반면 상하이종합은 8.6% 하락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시작돼 자국 내 확산이 주춤한 반면 미국 등 세계 각국은 확산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또 중국이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는 동안 미국은 감염 확산 방어와 유가 하락에 따른 셰일가스 기업들이 발행한 하이일드채권 부실 방어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인 반면 중국은 에너지 수입국으로 유가 하락에 대해 양국이 받는 영향이 서로 다른 점도 디커플링 이유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감소에 기인하고 있어 감염 확산이 멈추면 빠른 소비 회복이 가능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정지출을 늘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이다. 과거 사례에서 위기가 줄어들게 되면 위기 때 공급된 유동성이 신산업으로 몰리며 산업의 틀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컴퓨터 산업,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마트폰 산업이 고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코로나19 위험이 줄어들면 각국 정부는 5세대(5G)·환경·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이제 정부 주도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