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류현진. /USA투데이연합뉴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개막이 일러야 5월 중순으로 다시 미뤄지면서 선수의 연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악의 경우 시즌 일정이 반 토막 날 상황이라 연봉 보전을 두고 선수노조와 구단 간 첨예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MLB 사무국은 17일(한국시간) 2020시즌 개막을 오는 5월 중순까지 미룬다고 밝혔다. MLB 정규시즌은 이달 27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주 이상 미뤄진 데 이어 나흘 만에 또다시 연기 결정이 내려졌다.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모임을 8주간 자제하라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5월 중순 이후 개막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미 팀당 162경기의 정상 일정 소화가 불가능해진 가운데 NBC스포츠는 팀당 최소 48경기에서 최대 97경기를 건너뛰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상 일정의 반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 MLB의 시즌 단축은 파업 여파로 144경기만 치렀던 지난 1995년 이후 25년 만이다.
폭스비즈니스 등 현지 언론들은 시즌 축소가 선수들의 연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유효한 359쪽 분량의 MLB 노사단체협약 중 부칙 11조에는 국가비상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로 경기가 열리지 못할 경우 계약 중지의 권한이 커미셔너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수입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각 구단이 부칙 11조를 근거 삼아 선수 연봉 지급을 보류하거나 깎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로버트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아직 계약 중지 권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선수노조(MLBPA) 차원의 대응도 없지만 추후 노사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보통 MLB 선수들은 정규시즌 중 매달 15일과 말일에 보수를 받는다.
이 경우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의 연봉도 깎일 수 있다. 토론토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류현진은 올해부터 4년간 연봉 2,000만달러씩을 받을 예정이었다. 신인 김광현의 계약에는 2년 800만달러 보장 외에 등판 횟수에 따라 연간 최대 100만달러의 인센티브 조건이 있었다. 부칙 11조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인센티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류현진은 캐나다의 외국인 입국금지 발표에 따라 토론토로 돌아가지 못하고 스프링캠프 훈련장인 미국 플로리다주에 발이 묶였다. 김광현도 기약 없이 통역과 함께 플로리다 훈련장에 머물고 있다. 대다수 미국 선수들은 이미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짐을 뺐지만 김광현은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김광현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롱 토스만이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답답해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