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8년 프랑스의 ‘옴니버스’. 파스칼의 주도로 1662년 등장한 합승마차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됐다. /위키피디아
택시와 버스·기차가 있다. 바퀴 달린 대중교통 수단 중에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버스다. 1662년 3월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였다. 기차가 처음 달린 시기는 1804년. 영국 엔지니어 리처드 트레비식이 제작한 증기기관차가 실험 철로를 달렸다. 자동차의 경우는 학설이 갈린다. 증기차가 1672년에 제작됐다지만 실용 가능한 차가 나온 것은 1886년(독일 카를 벤츠의 특허 취득) 이후다. 버스의 시초인 358년 전 파리의 승합마차는 말 두세 마리가 끄는 차체에 승객을 8명까지 태웠다. 주목할 대목은 아이디어를 낸 발안자.
철학자이자 수학·물리학자, 발명가로 이름을 날린 블레즈 파스칼이 노선과 운행 계획을 짰다. 세금 징수원인 부친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19세 때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계식 계산기를 발명한 수학자가 설계한 노선과 운행 시간표는 빈틈이 없었다. 파리 외곽에서 출발해 시내를 관통, 반대편 외곽까지 왕복하는 5개 노선이 정해진 시간에 따라 계산기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움직였다. 오늘날 버스 운행 시스템과 비슷해 파스칼은 ‘대중교통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요금은 정액제로 1인당 5수(sou). 3인이 먹을 수 있는 빵 가격과 비슷해 저렴하다고 볼 수 없지만 합승마차는 인기를 끌었다.
승객 수와 거리, 경쟁 유무에 따라 들쑥날쑥하던 요금의 정액화가 인기몰이의 요인. 정작 파스칼은 합승마차 등장 5개월 후에 ‘신이여 나를 지켜주소서’라는 말을 남긴 채 39세 나이로 죽었지만 인류 최초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1680년까지 승객을 실어날랐다. 폐쇄 이유는 가격 인상과 연이어 발생한 교통사고 탓이라고 전해진다. 합승마차는 1820년에야 프랑스 중서부 낭트에서 군인들의 출퇴근용으로 다시 등장, 온 나라에 퍼졌다. ‘버스’라는 단어도 이때 합승마차를 일컫는 ‘옴니버스(만인을 위한 것)’에서 나왔다.
파스칼의 합승마차는 18년 동안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귀족의 전유물이던 고급 유개마차에 귀족과 부르주아·평민이 같은 요금을 내고 무릎을 맞댄 채 타면서 ‘신분보다 사람이 탄다’는 인식이 스며들었다. 자유·박애와 함께 프랑스혁명의 정신인 ‘평등’ 사상이 대중교통을 타고 퍼졌다면 과한 해석일까.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파스칼의 유작 ‘팡세’를 떠올린다. “인간은 흔들리는 갈대다. … 인간은 약하지만 해코지하려면 온 우주가 무장해도 부족하다. 사유(思惟)하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사유하기 위해 애쓰자. 이것이 도덕의 기본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