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전경. /서울경제DB
노동자가 서면이 아니라 구두로만 해고 통지를 받았을 때는 해고예고수당에 해당하는 돈을 수령한 후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해도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C라는 회사에서 대표이사의 수행기사로 일하던 A씨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했던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인용됐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뒤집히자 소송을 냈다.
A씨는 C사 대표의 수행기사로 일하던 지난 2018년 9월 대표이사로부터 “오늘까지 일하고 퇴직 처리하자”는 통보를 받았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으로, 회사는 사업장이 있는 다른 시로 출근하라고 했으나 A씨가 응하지 않았다. 그는 회사가 노동자를 즉시 해고할 경우 30일분 이상 통상임금 수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해고예고수당을 C사가 미지급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고 C사가 퇴직위로금 340만여원을 지급한 후에야 이를 취하했다.
하지만 A씨는 약 한 달 반이 지난 후 부당해고를 이유로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냈다. 사측은 다시 출근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A씨는 원직 복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지노위가 구제신청을 인용했지만 이는 중노위에서 뒤집혔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며 “C사 대표는 A씨에게 구두로 해고 통지를 했을 뿐 서면 통지하지 않았으니 그 해고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A씨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 의사로 근로 관계를 종료했으니 A씨를 해고한 것”이라며 “A씨가 출근 명령에 두 차례 불응했으나 새 출근 장소가 기존 장소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C사로부터 340만여원을 받은 후 진정을 취하했으나 당시 진정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었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송금 기록에 ‘퇴직위로금’이라 적었다고 해서 그것을 퇴직위로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회사에 들어갔다 해도 이는 생계유지 차원에서 이례적인 일이 아니며, 지난 직장에서 당한 해고가 합의에 의한 근로 관계 종료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