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자가격리 기간 중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다녀와 물의를 일으킨 정직원을 해고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국립발레단 창단 이후 최초로 해고된 사례로 해당 직원이 재심 청구를 통해 해고 결정 번복을 주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7일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발레단은 전날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나대한(28) 씨에 대한 해고 결정을 내린 뒤 본인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나씨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립발레단 내부 규정을 보면, 정단원을 해고할 수 있는 경우는 ‘일주일 이상 무단결근’,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재산상의 손실을 끼쳤을 때’, ‘발레단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을 경우’ 등 3가지다. 규정이 비교적 까다롭기 때문에 1962년 국립발레단 창단 이후 정단원 해고 사례가 없었다. 나씨는 이 가운데 ‘발레단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을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 나씨의 해외여행 사실이 알려지자 국립발레단과 나씨는 여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나씨 개인의 행동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국립발레단이 단원들의 일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국립발레단의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국립발레단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정부와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발레단 단원의 일탈 문제가 성난 여론에 불을 지폈다.

특히 강수진 예술감독은 나씨의 행동에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감독은 나씨의 일본여행이 알려진 당일 자신의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국립발레단 소속 단원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지른 것으로 예술감독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부 절차를 거쳐 해당 단원에 대한 징계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공연계 관계자를 만나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나씨는 이달 30일까지 해고 결정에 대한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두 번째 징계위원회도 첫 번째와 동일하게 강 감독과 권영섭 사무국장 등이 포함되고, 이사회 이사와 감사 등도 참여한다. 위원회가 해고의 근거로 판단하는 규정도 동일하다. 따라서 해고를 번복할만한 결정적 이유가 없는 이상 번복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공연계의 시각이다.

다만 나씨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윤호근 국립오페라단장을 해임한 문체부의 결정에 대해 법원은 “재량권 남용·일탈”로 보고 해임 취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