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자제해 달라" 울산 상공계, 현대重 노조에 호소

지난해 5월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령하며 농성을 벌인 현대중공업 노조. /서울경제DB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자 지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상공계가 호소문을 내며 파업 자제를 부탁했으며, 노조 내부에서도 ‘이 시기에 파업이냐’며 집행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0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파업을 결의했다. 당일 조합원들이 모여 ‘2019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하루 앞선 19일에는 점심시간 오토바이 시위도 연다.

노조의 이 같은 결정에 울산상공회의소는 18일 지역 상공계를 대표해 호소문을 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울산시민의 일상이 멈춰버리고 어떤 회사도 비켜갈 수 없는 상상도 못 할 경제 위기가 눈앞에 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가 오는 20일 파업을 결의함에 따라 지역사회는 긴장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자칫 이번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결의가 지난 한 달여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고생한 지역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면서 “전 세계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노사갈등이 심화된다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역사회 감염 우려와 비상 경제 상황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상공계는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칠 때이지 파업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감염병 확산과 이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상공계는 현대중공업 노조에 “부디 어떤 선택이 모두를 위한 길인지 냉철하게 심사숙고해 노사 반목으로 인한 파업 대신 성실교섭을 통해 상생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조합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인터넷 소통방에서 한 조합원은 “정말 이 시기에 파업이냐”며 “온 국민이 코로나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강행은 돈밖에 모르는 노조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조합원은 “이 시국에 파업하면 욕먹는 건 회사가 아니라 노조”라며 “전 국민에게 손가락질받는 조합이 되지 않도록 파업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여기저기 집단 감염자가 속출하고 각국 대통령들도 모임 및 집회를 자제하길 호소했다”면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한 가정의 남편과 아빠라면 이번 파업은 참석을 안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파업에 참여해 감염이라도 되면 집단 감염된 신천지나 일부 교회와 다른 게 뭐냐”며 “파업을 강행하게 되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지역민들의 공감도 얻지 못할 것이다”고 말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2일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이달 12일까지 46차례 교섭했으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특히, 지난해 5월 회사 법인분할(물적분할)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후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10일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격려금 100% +150만원(조합원 평균 358만8,000원)을 골자로 하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임금성 항목을 비교해 보면, 일찌감치 협상을 마무리하고 노사가 힘을 모으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기본급 4만5,315원 인상, 격려금 280만원), 삼성중공업(기본급 4만923원 인상, 격려금 200만원 + 상품권 50만원)에 비해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동종사 최저 수준의 안”이라고 거부하며 결국 4년 연속 단체교섭 마무리가 해를 넘겼다.

회사는 또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 경제 위기 조심이 커지자 해를 넘긴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성과금 선지급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노조는“노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를 거부하고 파업을 결정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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