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조업 체감경기, IMF 수준"

부산상의 코로나19 영향 조사
경기전망지수도 11년래 최저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영향 및 애로’ 설문조사 결과./사진제공=부산상공회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부산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기업 10곳 중 9곳은 현 상황을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에 버금가거나 이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체감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전망지수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발표한 ‘코로나19 영향 및 애로’에 따르면 조사기업의 59.0%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고 이들 기업 중 절반은 1·4분기 매출 감소로 직접적인 애로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매출 감소를 우려한 기업 중 67.3%는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15.4%는 30% 이상 큰 폭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10% 미만의 소폭 감소를 예상한 기업은 17.3%에 그쳤다.


제조업들의 가장 큰 애로도 매출 감소(30.7%)가 가장 많았다. 마스크 등 방역물품 부족으로 인한 애로도 17.2%로 집계됐다. 이어 중국산 부자재 조달 어려움(15.8%), 수출 감소(11.8%), 입국금지에 따른 비즈니스 차질(7.3%), 자금 경색(7.3%), 물류통관 문제(6.8%), 중국내 공장 운영 중단(3.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를 과거 위기 상황과 비교한 결과 메르스나 사스,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하고 외환위기와 비교해서도 버금가거나 그 이상으로도 볼 정도로 기업의 불안감이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60.5%는 현 상황을 외환위기 수준과 ‘유사하다’고 응답했으며 29.8%는 오히려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위축과 공급체인 붕괴 우려, 국내 내수 급감, 사회적 불신 확대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산상의는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부산 제조업의 체감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전망지수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4분기 부산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61’을 기록해 1·4분기 ‘83’에 비해 22포인트 급락했다. 1·4분기 실적지수 역시 ‘46’으로 지난해 4·4분기 대비 32포인트 떨어졌다. 음식료품(47), 섬유(33), 의복(25), 화학·고무(74), 1차금속(62), 자동차부품(45), 조선기자재(87) 등으로 나타나 모든 업종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금융과 세제 분야의 직접 지원(43%)을 꼽았고 각종 기업 조사 유예(18.1%), 해외 비즈니스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16.7%), 내수·관광 회복을 위한 인센티브(14.0%), 규제개혁(6.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제조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영향이 예상외로 심각하게 나타났다”면서 “과감한 금융·세제지원과 함께 지원 대상의 범위도 큰 폭으로 확대하는 등 정부가 추경 이후에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