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인턴 때 잠만 잤다더라"…KIST 교수, '불성실 태도' 증언

2011년 KIST 인턴 당시 센터장 법정 증언
"너무 잠깐 왔다 가서 특별한 기억 없어"
'방치했다'는 조씨 진술에 "느낌의 차이"
조국·정경심 딸이라는 건 몰랐다고 진술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29)씨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생활 당시 잠만 자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KIST는 조씨의 인턴 경력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장을 지낸 정병화 교수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조씨가 인턴 활동을 하던 연구센터의 책임자였다.

정 교수는 “조씨가 갑자기 (실험실에) 안 나왔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며 “실험실 고참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왜 안 나왔는지 들은 기억은 없고, ‘학생이 좀 그렇다’고 했다”면서 “‘잠만 자더라’고 (실험실 직원이) 얘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더는 할 말이 없어 학생(조씨)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조씨가) 너무 잠깐 왔다 간 학생이라 특별한 기억은 없다”며 “일반적으로 학부생이 인턴을 오면 논문을 읽어보도록 하거나 실험 도구 설거지하는 법 등을 알려주고 박사과정 연구원 등에게 잘 가르쳐줄 것을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 교수는 정경심 교수 측이 제시한 조씨의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조씨는 ‘인턴은 청소, 정리, 비커 설거지를 하고 논문 하드 카피(인쇄본)를 주면 읽어봤다. 방치해 놓고 있다가 논문을 읽었는지 정도만 확인했다’고 했다”는 정경심 교수 변호인의 말에 정 교수는 “느낌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조씨가 ‘어떤 연구원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챙겨줄 수 없다’고 해 대기하다가 (결국 연구실에) 나갈 수 없었다고 했는데 연구실 직원에게 이런 지시를 한 것이 없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병화 교수는 정경심 교수의 동창인 이광렬 전 소장을 통해 조씨의 인턴 참여 의사를 전해 듣고 인턴 활동을 허락한 것은 맞지만, 당시 조씨가 조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자녀인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지난 2013년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KIST 인턴 경력을 부풀렸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검찰은 조씨가 지난 2011년 7월 인턴십에 참여한 기간이 2∼3일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경심 교수가 이광렬 전 KIST 소장을 통해 3주간 참여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의전원 입시를 위해 ‘주 5일, 일 8시간 근무, 총 120시간’ 등 구체적 내용이나 성실하게 참여했다는 등 설명이 들어가도록 확인서를 위조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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