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연합뉴스
한진(002320)그룹의 주주권익 개선을 외치며 등장한 주주 3자 연합의 주축 반도그룹이 정작 소액 주주를 위한 만들어진 차등 배당 제도를 악용해 편법 승계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반도 측이 3자 연합에 합류한 것이 주주권익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 이익을 위한 것이란 지적에 힘이 실린다.
18일 법조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그룹의 지주사 격인 반도홀딩스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마련된 차등 배당 제도를 악용해 권홍사 회장의 아들 권재현 상무가 2대 주주에 오르는데 직간접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권 상무는 2015년 반도홀딩스로부터 25억원을 빌려 반도홀딩스 지분 70만주를 매수, 아버지 권홍사 회장(69.61%)에 이어 2대 주주(30.06%)에 오른 바 있다. 그런데 반도홀딩스는 권 상무가 2대 주주로 올라선 2015년부터 기다렸다는 듯 폭풍 배당을 시작한다. 2015년에는 406억원(주당 5만8,000원)을 배당했다. 그해 반도홀딩스의 연결당기순익(861억원)의 47% 규모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139억원을, 2017년에는 93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해당 배당금은 차등배당을 통해 모두 권 상무에게로 돌아갔다. 당시 반도홀딩스의 연결감사보고서에는 “차등 배당으로 70만주에 대한 배당금”이라고 적고 있다. 권재현 상무가 보유한 주식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 상무가 반도홀딩스로부터 대여한 자금으로 지분을 사 3년간 638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고 빌린 돈과 이자를 갚고도 600억원 가까이 현찰을 손에 쥔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권 상무는 2015년 비상장사 배당수익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 소유주인 주주에게 투자에 대한 대가로 배당을 지급한다. 상법 464의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기업은 영업이익의 일부를 주주에 배당으로 공평하게 나눠줘야 한다.
예외로 차등배당을 두고 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에게 다른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대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양보 또는 포기, 소액주주가 더 많은 배당을 받도록 한다. 대법원은 1980년 판례를 통해 소액주주 보호와 증권거래 활성화라는 공익을 위해 차등 배당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홀딩스의 차등 배당은 소액주주 보호 등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홍사 회장이 아들 권재현 상무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차등 배당이 일종의 세금 탈루 창고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만약 반도홀딩스가 차등 배당을 하지 않았다면 2015년 기준으로 권 회장이 주당 1만7,432원씩 282억원을 받는다. 이후 권 회장은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를 내고, 권 상무에 증여 시 증여세도 내야 한다. 하지만 차등배당 제도를 통해 수십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내지 않은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5년만 해도 배당소득세가 증여세보다 낮아 이런 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그룹이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등장한 것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차등 배당 제도를 악용했다면 세금 탈루 등의 혐의로 관계 당국의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비상장 족벌 경영 체제인 회사가 상장 법인의 주주권익 개선을 요구하는 행위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