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모델들이 광어·전복 소비 촉진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에 손님이 뚝 끊기며 식당 운영에 차질을 빚던 A씨는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들어 식당이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당장 백화점에 내야 할 관리비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만 백화점이 수수료를 절반으로 감면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지원으로 400만원 가량을 절감한 A씨를 비롯한 백화점에 입점한 중소 식음료 매장과 식당가에 숨통이 트였다.
#경북 청도 인근에서 미세먼지를 이기는 음식으로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미나리를 재배하는 B씨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80% 줄어들고 가격까지 폭락하자 시름이 커졌다. 출하기를 앞두고 있지만 식당에 손님이 급감하는 등 판매처를 찾지 못하면서 미나리 밭을 그대로 갈아 엎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계가 직접 구매에 나서면서 다음 수확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상인들과 농가들이 대형 유통업체들의 ‘핀셋 지원’에 점차 숨통이 트이고 있다. 정부는 물론 각 기업들의 각종 지원정책이 실제 피부에 와닿지 않는 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이 중소상인들과 농가에 대한 실질적 지원 방안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유통업체들의 지원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바뀌면서 각종 지원 방안이 더욱 효과를 낼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 식음료 매장과 식당가 지원에 나섰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15일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소득이 줄어든 중소 입점 업체 판매사원들에게 월 100만원씩 총 30억원 이상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지원책은 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유통 대기업이 직원들의 소득을 직접 보조해 준데 이어 나온 현대백화점 발 핀셋지원 2탄인 셈이다. 특히 이번 지원은 더욱 직접적이고 정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전국 15개 백화점 매장과 6개 아웃렛 매장 식품관에 입점한 베이커리 등 식음료 매장의 3∼4월 수수료를 기존보다 3∼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752개 식음료 매장 가운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716곳이 수수료 인하 대상이다. 적자가 예상되는 매장에는 수수료를 5% 인하하고 적자가 아닌 매장은 3%포인트 낮춰주는 등 어려움이 클 수록 지원 규모도 커지는 방식이다. 이번 지원으로 매장 한 곳당 평균 20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은 중소·중견기업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279곳에는 3∼4월 관리비를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두 달 간 매장별로 평균 400만원가량의 관리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원 방안으로 중소 식음료 매장과 전문 식당가들은 이번 지원 방안으로 두 달 간 약 26억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초·중·고등학교 개학 연기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중소 식자재 납품업체의 식재료를 7억 5,000만원 규모로 매입한다. 또 단체급식에 사용되는 상추·주키니 호박·가시오이·사과 등 네 가지 품목을 전량 대구·경북지역에서 출하된 상품으로 납품 받기로 했다.
현대리바트는 대리점 임차료 일부를 지원하고 현대L&C도 대구·경북지역 인테리어 제휴점에 3개월간 월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식음료 매장은 중소기업이 여러 개의 점포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일정한 금액을 동일하게 지원해 주는 것 보다는 수수료 인하나 관리비 감면이 보다 더 실질적인 지원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19일부터 일제히 미나리 등 36종의 친환경 농산물 대상으로 2종을 사면 20%를 할인하는 행사를 정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구 등 경북 지역의 친환경 농작물을 재배 농가 3,000가구는 개학연기 등으로 학교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판로가 막히면서 23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 등이 이들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이마트는 또 경북 사과 농가 판매 활성화를 위해 19일부터 일주일간 태풍·우박 피해 등으로 흠집이나 반점이 있지만 맛에는 문제가 없는 일명 ‘못난이 사과’로 불리는 사과 약 400톤(t)을 구매해 기존 대비 4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어가를 돕기 위해 광어·전복의 가격할인을 통한 소비촉진 행사를 진행한다.
/노현섭·박민주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