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코로나19 확진자 70여명이 무더기로 나온 대구 서구의 한사랑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된 가운데 경찰이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74명이 무더기로 나왔다. 지난 15일 이후 사흘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17일 32명까지 줄었던 대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일 다시 늘어나 진정 국면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구시 요양병원 등 고위험시설 전수조사 대상이 아직 270여곳 이상 남았고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 교회 등 집단시설 관련 추가 확진자가 줄줄이 나오는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뚜렷한 진정 국면에 진입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대구시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한사랑요양병원의 첫 확진자는 이 병원 간호과장으로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는 입원환자 117명과 종사자 71명을 모두 검사해 종사자 17명과 환자 57명 등 74명의 감염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시는 확진자를 병원과 생활치료센터로 옮기고 병원은 코호트 격리(동일집단격리)했다.
이번 집단감염은 대구시가 관내 397개 사회복지시설과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다가 발견됐다. 현재는 30%가량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배성병원 7명, 수성요양병원 4명, 진명실버홈 1명, 시지노인병원 1명 등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선제적으로 격리·차단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감염자가 80여명에 달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선제 대응으로 추가 확산을 막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최초 조사 결과, 환자 가운데 증상이 가장 빠르게 나타난 시점이 10일 이전으로 파악됐고 16일 병원 의료진의 확진 판정 뒤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모두 12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봉화 푸른요양원(60명)과 칠곡 밀알사랑의 집(27명), 경산 서린요양원(24명), 경산 참좋은요양원(18명) 등 요양시설의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것은 위생관리가 취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사랑요양병원은 8인실 4개, 7인실 4개, 6인실 9개, 2인실 2개 등으로 다인실이 대부분이다. 또 환자 상당수가 앓던 병이 있어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는 등 코로나19의 새로운 증상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점도 주변에 빨리 퍼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도권 집단감염의 여진도 계속됐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은혜의강 교회 목사와 식사를 같이한 71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이날 교회 관련 확진자가 10명 추가로 발생해 누적 확진자는 64명에 달했다.
성남 분당제생병원은 이영상 원장까지 확진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원장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수도권 병원장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당시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분당제생병원장은 11~12일 두통 증상을 보여 그때를 발병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중대본 1총괄조정관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등 복지부 직원 8명이 참석했고 이들은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날 사망자는 7명 증가한 91명으로 늘었다. 중증 단계 24명, 위중 58명 등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도 82명에 달해 사망자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구에서는 폐렴 증세를 보인 17세 소년이 사망해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며 기저질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소년은 앞선 아홉 차례 검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사망 직전에 진행한 열 번째 소변검사 때 일부 유전자에서 ‘양성’ 소견이 나와 방역당국이 ‘미결정’으로 분류한 뒤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진혁기자 오송=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