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어서 안 나가니까 밖에 다니는 사람들 주라고 동에 가져간 거야. 근데 미안해. 마스크를 봉투에 담아서 줘야 하는데 그냥 줘서.”

‘망백(望百)’의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전해달라며 자녀들이 준 용돈 50만원과 마스크 11장을 기부했다.

18일 인천 부평구에 따르면 고인순(91·사진) 할머니는 지난 16일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성금과 마스크를 기탁했다. 고 할머니는 “자식들이 쓰라고 준 용돈과 마스크인데, 나는 별로 쓸 일이 없다”며 “알아서 좋은 일에 써달라”고 부평1동 직원에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행복복지센터 직원들은 할머니를 잘 알고 있었다. 수년째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을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해달라며 부평1동 등 지역사회에 선물해온 ‘기부천사’였기 때문이다. 원래 성당 건립에 보탬이 되기 위해 1992년부터 직접 된장과 고추장을 담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고 할머니는 자신을 찾아온 부평1동 직원들에게 성금 기탁 이유를 기초연금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고 할머니는 “옛날 같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콩 한 쪽 안 줬어. 지금은 정부에서 노인들한테 다 25만원씩 주잖아. 그게 너무 고마운 거야. 작지만 마음을 조금 전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금으로 전달한 50만원은 지난달 28일 할머니의 4남매 자식들이 생신 선물로 준 것이었다. 마스크 역시 딸이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해 챙겨준 것이었다.

고 할머니는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도 대구에 보내도 싶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음식이라는 특성 때문에 성사되지는 못했다.

부평구는 전달받은 기부금과 마스크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 처리하고 고 할머니의 뜻을 담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인천=장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