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폭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또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했다. 이는 중국이 코로나19 발병지임을 명확히 하고, 코로나 사태를 덮어버리려는 중국 행동에 경고를 날리는 것으로 보인다.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이 “과학자들도 코로나19가 민족성에 의한 발병이 아닌 어느 나라에나 퍼진다고 말하는데 왜 연일 중국 바이러스라 부르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 명칭 사용 자체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주장한 중국 당국에 대한 반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 생각치 않는다”며 “정확하게 하길 원하기에 중국 바이러스라고 칭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그런 용어 사용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험에 처하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백악관은 오히려 ‘스페인 독감’이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같은 과거 전염병이 지리적 위치로 명명된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감쌌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여섯 차례나 ‘우한 바이러스’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중국이 초기 대응 실패로부터 주의를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중국계 기자에게 ‘쿵 플루(kung flu)’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미 행정부의 입장이 연일 노출되자, 아시아계 인종 차별을 부추기는게 아니냐는 비판과 지적이 나온다. 포용성 강화를 위한 단체인 ‘웨스턴 스테이츠 센터’의 에릭 워드는 소셜미디어와 극우 웹사이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발언과 함께 반(反)아시안 폭력에 대한 보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칭하는 무책임한 대통령을 가지고 있다”며 “대공황과 공포의 시기에 그것은 신체적 폭력을 이끌 뿐”이라고 반박했다.

아시아계 권익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존 양 회장도 중국계 미국인을 황색 위험(Yellow Peril)으로 여겼던 1800년대 후반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민족적 차별을 우려해 지리적 기술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홍콩 출신의 40대 남성이 “네 마스크가 어디 있냐”는 말과 함께 욕설을 들었고, 한 소년은 아시아계 남성에게 침을 뱉고 발로 차는 폭행을 벌였다. 지난 12일에는 20대 한인 여성이 흑인 여성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