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환의 투자노트] <하> 우리나라 사모펀드의 진화


바야흐로 사모펀드 전성시대이다. 최근 굵직한 M&A딜에는 어김없이 사모펀드 이름이 등장한다.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ING생명, 웅진코웨이 인수, JKL 파트너스의 롯데손보 인수, 한앤컴퍼니의 SK해운인수 등 주요 M&A 사례에 어김없이 사모펀드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표 1. 2019년 주요 M&A 사례)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KKR의 유니레버 사업부 인수, 칼라일의 오스람그룹 인수, 블랙스톤의 톰슨로이터 인수 등 글로벌 시장에서 M&A를 선도하고 있는 것도 사모펀드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은 기업인수합병 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시장에서도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표 2, 표 3. 부동산 및 인프라 운용사 순위) 그야말로 기업, 실물자산 등 모든 영역에서 사모펀드가 딜메이킹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글로벌 사모펀드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처음에는 기업 M&A로 시작했다가,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자산 투자로 진화해 나갔다는 점이다.


칼라일의 경우를 보면, 데이빗 루벤스타인 등 5명 파트너들이 1987년 칼라일이라는 이름의 투자 부티크회사를 설립한 후, 1990년 1억달러 규모의 1호 미국바이아웃펀드를 설정하여 기업 M&A 시장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1997년 미국 부동산투자, 2001년 유럽 부동산투자, 2002년 아시아 부동산투자, 2006년 미국 인프라 투자, 2016년 글로벌 인프라 투자 등 실물자산 투자로 확대해 나갔다.

KKR 및 블랙스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KKR은 헨리크라비스와 조지로버츠가 1976년 KKR이라는 이름의 투자 부티크 회사를 설립한 후, 1984년 1억불 규모의 1호 바이아웃펀드를 론칭하여 기업 M&A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후 2009년에 인프라 투자, 2011년에는 부동산 투자로 확대해 나갔다. 블랙스톤은 피터슨과 슈바르츠가 1985년 M&A 자문회사로 설립한 후, 1987년 1호 바이아웃펀드를 조성하여 기업 M&A 시장에 참여한 후, 1991년 부동산 투자, 2005년 인프라 투자로 투자영역을 기업에서 실물자산으로 확대해 나갔다.

국내 사모펀드 상황은 어떠한가? 아직까지는 대부분 국내 사모펀드가 바이아웃 등 기업 M&A 시장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IMM은 작년에 IMM 글로벌을 설립하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시장 인프라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 스틱 PE도 작년에 대체투자운용사를 설립하여 부동산 및 인프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스톤브릿지 PE도 금년에 대체투자운용사 설립 인가를 진행 중이다.

국내 사모펀드도 글로벌 PE의 진화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이는 저성장, 저금리 하, 기관 투자자들이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 중심의 대체투자자산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향후 기관투자자들의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 중심 대체투자자산 확대는 국내 사모펀드의 진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10년 후 국내 자본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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