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검증 안 된 신사업도 ‘OK’ 카카오에 뭉칫돈 쏟아 붓는 해외 PEF

리스크 크지만 부가가치 높은 사업에 투자금 집중
국내외서 M&A 진행해 몸집 키우기 전략 고수
단기간에 기업가치 4~6배로 뛰어 회수 성공 사례 기대


카카오(035720)그룹이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향후 독점적 시장 장악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사업군이 집중 투자 대상이다. 카카오 역시 관련 사업군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전략을 펼쳐 PEF 운용사들의 재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M은 최근 홍콩계 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서 2,09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그룹이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앵커PE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는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당시 포도트리)에 1,2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2017년엔 TPG아시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지원하며 주요 투자자로 합류했다.

앵커PE는 CJ그룹의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하고 이랜드그룹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며 국내에선 안정적인 대기업 중심 투자를 이어가는 하우스다. 특히 카카오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전문 계열사인 카카오M와 카카오페이지에 집중 투자해 카카오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 재확인시켰다.

76개에 달하는 카카오의 수많은 계열사 중에서도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초기 투자 비용은 크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소진하고 있다. 지적재산권(IP)와 콘텐츠 제작, 모빌리티 업종이 해외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다. 실적이 미미한 초기 단계 사업에 자금을 과감히 투입해 카카오가 장악력을 넓히면 그 과실을 나누는 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어느 대기업보다도 카카오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웹툰 시장이 대표적이다. 웹툰 시장의 성장과 지적재산권(IP)의 확장성을 눈여겨본 앵커PE는 포도트리(현재 카카오페이지)의 가치를 5,000억원으로 평가해 투자를 단행했다. 포도트리는 2013년 카카오와 함께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서비스를 공동 운영해오다 2015년 12월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됐다. 직전 해 회사는 연 3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던 상황이었다.

사진 제공=카카오페이지
실제 카카오페이지는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중국 텐센트와 장기 제휴 관계를 맺고 일본에서 픽코마를 통해 한국 작품을 유통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1위 콘텐츠 기업 ‘네오바자르’를 인수해 해외 사업 역량을 키웠다. 회사의 개별기준 영업수익은 2018년 1, 800억원 규모로 확대했고, 당기순이익은 같은 해 연간 1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같은 성장성을 고려해 2조~3조원대의 가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0억원의 가치로 투자에 들어간 앵커PE는 IPO로 높은 수익 실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앵커PE의 이같은 경험은 카카오M에 연이어 투자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검증된 확장 방식이 카카오M에서도 나타난다. 앵커PE가 평가한 카카오M의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는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콘텐츠 제작사와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 등을 추가로 사들여 지금의 카카오M을 출범시켰다. 최근엔 문화콘텐츠 제작으로 눈을 돌려 관련 M&A에 집중하고 있다. ‘검사외전’ 등을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신세계’ 제작사인 사나이픽처스, 뮤지컬·연극·콘서트 등 공연제작사 쇼노트를 지난해 인수했다.

모빌리티업계가 신규 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풍부한 실탄은 기반으로 생존에 성공했다. TPG가 결성한 컨소시엄으로부터 역대 최고 규모 투자금을 받았는데, 당시 회사가 받은 가치는 이미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택시 면허를 보유한 택시 업체들을 줄줄이 인수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이 이달 통과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도 새 국면을 맞았다. 여객법 통과로 스타트업의 경쟁이 제한된 가운데 23만명의 가입자와 1,000여개의 택시 면허를 확보한 카카오택시가 당분간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