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2020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신뢰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내려진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임을 확정한 뒤 본안소송까지 가게 되면 금감원 징계의 적법성을 두고 법리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가에서는 당국의 지나친 징계 일방주의가 일종의 경고를 받은 셈이라고 꼬집었고, 우리금융도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게 됐다는 평가다.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주총에서 손 회장의 연임안은 이변이 없는 한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추가 3년 임기는 제재 효력이 발생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법원은 효력 정지가 긴급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연임 여부에 관한 주총 결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징계 처분 효력이 계속될 경우 사실상 해임과 같은 결과에 직면한다”며 “금융전문경영인으로서 사회적 신용과 명예가 실추되는 등 금전보상만으로는 참고 견디기 곤란한 유·무형의 손해를 수반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법원은 “징계사유의 비행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할 경우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며 “금융회사 임원의 제재 조치가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해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고도 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주장해온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가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과 같은 맥락의 결정으로 본안소송에서도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법원을 통해 손 회장은 연임을 위한 법적 명분까지 얻게 됐다.
주총에서도 과점주주들이 손 회장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고 노동조합까지 가세하고 있어 손 회장의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를 포함해 우리사주조합(6.42%), 과점주주(29.88%), 대만 푸본생명(4.0%)까지 우호 지분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 이사회 전체가 탄탄한 지배구조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일반 주주에게 신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앞으로 본안소송에 대비하면서도 금감원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법률판단을 여러 기관으로부터 자문해봐도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금감원의 피감기관인 금융사 입장에서 금감원 제재에 법적으로 맞선다는 모양새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호·이희조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