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IFC 내의 라임자산운용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라임 살릴 회장님’ 측이 인수자금 중 200억원가량을 라임자산운용에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모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하던 스타모빌리티 측으로부터 이 돈을 포함한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사실상 라임은 2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놓였다. 김 회장은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회장님’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라임에서 이번 의사결정을 주도한 직원이 스타모빌리티에서 이달까지 골프장 가족회원권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수조 원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발한 와중에 이 직원이 ‘회장님’과 공모해 200억원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라임이 투자한 195억, 상조회로 흘러가 |
이렇게 빼간 자금이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 컨소시엄’에 흘러갔다는 게 스타모빌리티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컨소시엄은 1월17일 인수가액이던 320억원의 일부를 잔금으로 치르고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했다. 이후 컨소시엄은 재향군인 상조회를 보람상조에 380억원에 팔아 6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투자 결정한 라임 직원, 골프장 회원권 받아 |
A씨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대체투자본부에서 근무했던 직원으로 지금껏 스타모빌리티와 관계된 일을 전담해왔다. 올 1월 스타모빌리티 11회차 CB 발행 역시 A씨가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며칠 전 라임자산운용에 사의를 표했다.
특히 A씨는 김 회장과도 빈번히 교류했다는 게 이번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까지 주변에 라임의 자산을 인수하겠다는 플랜을 밝히면서 ‘A씨를 데려오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김 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라임 인수단’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이러한 의혹을 묻는 서울경제의 취재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법무법인 케이앤오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보낸 195억원 상환 요청 공문. /김기정기자
업계는 라임이 사실상 195억원을 날렸다고 보고 있다. 라임이 이 돈을 넣은 것은 스타모빌리티의 공시 위반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게 라임 측의 설명이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11회차 200억원 CB 발행을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6개월이 다 되도록 자금 조달을 못해 곧 공시 위반으로 벌점을 받을 처지였다. 스타모빌리티가 벌점을 받게 되면 라임이 지난해 4월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을 통해 넣어놓은 400억원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다.
이에 라임은 앞서 들어간 400억원 중 10회차 교환사채(EB) 2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쓰라는 조건을 붙여 1월 CB 195억원을 인수했다. 그러나 스타모빌리티 측은 현재까지 기존 자금을 상환하지도 인수대금을 돌려주지도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라임 측은 발칵 뒤집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 말 라임의 채권추심을 진행하는 법무법인 케이앤오는 스타모빌리티 측에 195억원 반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송부하기도 했다. 결국 스타모빌리티는 김 회장과 김씨를 이 돈을 포함해 총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달 18일 고소했다.
도피 중인 '회장님', 사채업자에 매각 시도 |
/김기정·조권형기자 about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