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 5위인 흥아해운이 지난 11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원투 펀치를 맞았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근해선사인 흥아해운 입장에서 중국에서 나오는 물량 급감은 카운터 펀치였다.
코로나19의 파도에 국내 해운업계는 위기 상황이다. 중국에서 공급망을 망가뜨리고, 미국과 유럽으로 번지면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쇄적인 위기 상황에도 해운사들은 운신의 폭이 좁다. 정작 국책은행들이 국내 해운업계의 ‘돈줄’을 바짝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일본 등 경쟁국의 경우 해운사들이 정부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배를 구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반해 우리 해운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7배나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배를 사야 한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케이프사이즈(남아프리카공화국 리처드베이에 입항 가능한 최대 선박) 운임지수인 발틱케이프사이즈 운임지수(BCI)는 지난주 평균 마이너스 300포인트를 기록했다. 배를 띄우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컨테이너선 업황도 악화일로다. 덴마크 해운컨설팅업체 시인텔리전스는 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손실이 1,700만TEU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시인텔리전스는 “글로벌 컨테이너 물량이 10% 감소했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세계적으로 항만과 터미널들의 처리량이 8,000만TEU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물동량 감소, 운임 하락, 중간 물류서비스 원가 상승 등은 국내 해운사들의 현금 흐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근해선사의 타격이 더 크다.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중형 선박을 역내 영업에 투입해 선복 과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경영 지원자금을 투입했지만 업계에서는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반창고를 붙이는 수준의 지원”이라는 반응이다. 정부에서 자금을 빌려 쓰라고 하지만 이자가 너무 비싸 섣불리 손을 뻗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들은 더 이상 담보로 잡힐 자산도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해운업체들에 돈을 빌려주는 것만 해도 ‘지원’이라는 반박도 있지만 한국과 같은 수출국에 해운업은 포기할 수 없는 ‘안전 인프라’다. 중국과 대만·일본 등 다른 나라 해운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정부가 구원투수로 잇따라 등장한 이유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민생당 의원에 따르면 장기차입금 평균 조달금리의 경우 일본 3대 해운사는 1~2%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국적선사는 4.5~6.8%로 외국 선사에 비해 최소 2.3배에서 최대 6.8배를 더 부담하고 있다. 황 의원은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기준금리도 높고, 조달금리도 일본 해운사에 비해 최대 7배 가까이 높은데 무슨 수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느냐”며 “선박 금융을 회피하는 국책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국적선사들의 열악한 재무구조를 고려해 대대적인 정책금융 지원과 우대금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청와대 설득에도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컨테이너 박스 수급도 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해운업계 지원 명목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어 빌려주는 리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업체들에는 이마저도 큰 부담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 대부분을 리스료 메우는 데 써야 할 판”이라며 “정부가 해운업 재건을 위해 적극적인 선지원을 한 후에 상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