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마트 앞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일정 간격의 거리를 두며 줄을 서있다./뉴욕=EPA연합뉴스
“뉴욕주가 정지 상태에 들어갔습니다.”(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과 이탈리아 다음으로 불어난 가운데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주에서 절반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주 등이 자택대피를 포함한 봉쇄령을 내리면서 약 3억명의 미국인 중 4분의1에 달하는 8,400만여명의 발이 묶이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비필수 사업장에 대해 100%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이는 강제 규정으로 비필수 사업장에 대한 사실상의 폐쇄 조치로 풀이된다. 식료품 가게와 약국, 은행 등 필수 사업장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공항 인력 부족으로 뉴욕시의 일부 공항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모임도 금지했으며 식료품 구입이나 운동을 제외하고 주민들에게 가능한 한 집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전체 확진자 중 18~49세가 54%를 차지한다. 이들은 슈퍼맨도 슈퍼우먼도 아니다”라면서 젊은 세대를 향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몇 주간 진행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몇 달간 진행될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방정부에서도 뉴욕주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뉴욕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대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뉴욕주는 재난구호기금에서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NYT는 뉴욕주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6%에 불과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는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주가 캘리포니아주에서 포문을 연 자택대기령에 동참한 데 이어 일리노이주, 코네티컷주, 뉴저지주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3대 도시인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의 시민들의 외출이 어려워지게 됐다. 이들 주 5곳의 인구를 합하면 8,400만명 이상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1 수준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자택대피령이 내려진 주들의 총 경제 규모는 미국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오리건주도 비슷한 조치를 준비 중이며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도 주민들에게 30일간의 의무적 자택 격리 명령을 내렸다. 뉴올리언스도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도록 촉구하는 명령을 발동했다.
뉴욕주를 중심으로 미국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 의료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주는 임시병원을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군 공병부대를 투입해 맨해튼에 위치한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센터 등 4곳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도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이 미국과 유럽의 의료진들에게 수백만개의 마스크를 기부하기로 했으며 미국 패션업계도 마스크 및 의료용품 제작에 나섰다. NYT는 “정부와 기업들이 코로나19와 싸우는 데 필수적인 마스크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실제 환자가 공식 통계의 수십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NYT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면서도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수준에 불과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국 내 코로나19 실제 감염자가 공식 통계의 11배에 달할 수 있다는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보당국이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의 미국 내 대유행을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경시하며 적절한 조처를 못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보좌진의 양성 판정으로 감염 우려가 제기됐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부통령실이 밝혔다./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