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더 파란 민주당’을 자임하고 있는 열린민주당과 선 긋기에 나섰다. 비례정당 표가 나뉘는 것을 막고 중도 표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복수의 민주당 최고위원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열린민주당은 우리 쪽에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라고 제안했지만 자기들의 길을 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열린민주당으로 놓아두고, 우리 지지율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윤호중 사무총장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민주당에서 부적격으로 판정되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된 데 대해 “열린민주당이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전북 군산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도전장을 냈으나 흑석동 부동산 투기 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국 불출마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론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불출마 선언을 번복했다.

최고위에서는 ‘더불어시민당으로 파견되는 비례대표들의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존 민주당의 표심이 열린민주당으로 분산되며 더불어시민당에 파견되는 비례대표들이 대거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일동은 이날 “열린민주당이 선명한 친문인사들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군소정당과 시민추천 후보들로는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없다”며 “검증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전면 배치돼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정치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은 ‘정당 투표 표심 분산’과 ‘중도층 이반’을 염려한 결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두 당은 다른 표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서로 표를 갉아먹는 존재”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김 전 대변인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그쪽으로 가서 문재인 정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 소속의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비례대표 후보 소개 기자회견에서 “4월15일 총선까지는 (민주당과의) 전략적 이별”이라며 “그 이후에는 함께 간다는 대전제로 같이 가고 4월16일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