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신규 항공면허를 받은 LCC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는 시장 안착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지만 전례 없는 항공 업황 악화에 외부 투자자금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LCC 신규 면허를 무분별하게 내줘 오히려 업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은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운영자금 목적의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플라이강원 이사회는 지난 16일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 조달을 위해 165억원 규모의 신주발행을 의결했다.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신주 발행에 나서 다음달 1일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할 계획이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11월 신규 항공면허를 받은 뒤 가장 먼저 양양~타이베이, 양양~클라크, 양양~제주 노선을 취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플라이강원은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고 최근 양양~제주 노선 운항을 하루 3편에서 1편으로 축소했다. 플라이강원은 매달 항공기 리스비·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로 수십억원가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플라이강원은 비행기 운항이 전면 중단·축소됨에 따라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매달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플라이강원은 일반직·운항승무원·객실승무원 등 모든 직종을 대상으로 다음달까지 무급 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항공운항증명(AOC)을 신청하고 이르면 이달 중 본격적으로 노선을 취항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AOC 발급 기준에 맞춰 항공기를 들여오고 승무원을 채용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며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에어로케이는 지난달 A320 도입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청주~제주 노선을 운항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달 초 승무원 모집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부담된다.
세 회사 모두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긴급자금 지원에서도 배제돼 있다. 국토부는 국내 LCC들에 운영자금 목적으로 최대 3,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플라이강원은 취항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자금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고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생 항공사들은 시장 안착을 위해 비행기를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금난으로 항공기 도입 계획도 순탄하지 않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항공기 리스료가 1대당 평균 수천만원 늘어남에 따라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시·군 번영회 연합회는 17일 “신생 항공사를 대상으로 과거 경영실적을 반영하는 신용평가를 해 정부가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에 신생항공사 자금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가 항공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자리 창출에만 집착해 신규 항공면허 발급을 남발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항공사업법에서 ‘과당 경쟁 우려’ 조항을 삭제하면서까지 LCC 신규 면허를 내주는 등 시장을 포화 상태로 내몰았다”며 “이는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 LCC인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한 달간 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이달 9일부터 일본 노선 운항을 접으며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그나마 남아 있던 국내선까지 운항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국적 항공사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을 모두 접고 셧다운에 들어가는 것은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