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3%를 넘어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분기 배당을 하는 고배당주를 3월 결산기일 이전에 매수하는 것도 약세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895개 종목의 배당수익률 평균치는 2.91%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2.9%)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지수가 최저점까지 하락했던 전날 평균 배당수익률은 3.07%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1.107%, AA-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1.945%인 만큼 웬만한 채권이자보다 나은 상황인 셈이다. 배당수익률은 주가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배당금에 변동이 없다면 주가 하락시 배당금 비중이 커져 역설적으로 하락장에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수적 투자자와 장기 성향 투자자에게 현재의 고배당주만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은 없다”며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은 금융위기 당시에 이르렀고 웬만한 채권의 이자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배당수익률이 10%를 넘는 초고배당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배당수익률이 10%를 넘는 경우는 단 한 종목도 없었지만 지난 20일 기준으로는 21개까지 늘었다. 전통적인 고배당 종목인 우선주와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는 물론이고 주가 하락이 거셌던 정유·화학과 지주사들도 대거 포함됐다.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두산(000150) 보통주와 우선주였다. 두산 우선주는 배당수익률이 19.09%에 달했고 보통주도 18.6%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우선주도 16.15%, 화성산업(002460) 14.76%, 세아베스틸(001430) 14.55%, 천일고속(000650) 14.3%, 롯데하이마트(071840) 13.71%, 한국자산신탁(123890) 13.25% 순이었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지자 당장 다음 달 분기 배당을 하는 종목과 7월 중간배당을 진행하는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코스피에서 분기 배당을 하는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두산, 포스코 등이고 중간배당을 진행하는 상장사는 50여 개다. 지난해 배당 규모 수준이라면 두산의 올해 1·4분기 배당수익률은 4%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올해 분기 배당을 결정한 효성ITX(094280)의 예상 배당수익률도 4.9%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삼성전자(5조3,496억원)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2,379억원), 신한지주(055550)(1,954억원), 포스코(1,461억원) 등 고배당 우량주가 대거 포진해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장 좋은 전략은 3월 중간배당 및 결산기일 이전 고배당주를 미리 섭렵하는 것”이라며 “지수가 추가 변동성 여진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기대배당수익률은 더욱 높아지고 이번 코로나19 이슈로 개별회사의 배당금이 낮춰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배당주의 매력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최근 하락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배당이 많은 업종은 은행과 증권 등 금융주의 경우 최근 금리 인하 추세와 금융 상품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주가 방향성과 실적 악화 우려가 남아 있다. 리츠 역시 배당률은 높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배당주 투자는 배당수익률과 함께 주가 상승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배당 수익률 이상으로 주가 하락이 발생한다면 손실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