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입’으로 불렸던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보수 진영의 ‘잠룡’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로 대결을 펼치는 서울 광진을은 두 후보가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가 4·15총선 서울의 주요 격전지로 꼽은 종로·광진을·동작을·구로을 가운데 유일하게 오차범위 내 결과가 나온 곳이다. 고 전 대변인이 지지율에서는 소폭 앞섰지만 지역 현안을 더 잘 해결할 후보를 묻는 물음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선택을 덜 받았다. 실제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곳이다.
서울경제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20일 광진을 선거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만약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를 하겠냐”고 물은 결과 고 전 대변인이라는 응답은 40.9%, 오 전 시장이라는 답변은 36.6%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가 ±4.4%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차범위 내의 결과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고 전 대변인은 40대에서, 오 전 시장은 60세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고 전 대변인에 대한 40대의 지지율은 58.9%(오 전 시장 29.0%)였고, 오 전 시장에 대한 60대 이상의 지지도는 57.2%(고 전 대변인 30.5%)에 달했다. 고 전 대변인은 18~29세(34.7%), 30대(37.7%)에서도 오 전 시장(22.3%, 30.9%)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비교적 젊은층인 40대 이하 주민 비율이 약 40%에 달하는 광진을의 연령층 구성은 고 전 대변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적극 투표층이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것은 오 전 시장에게 유리하다. 적극 투표층은 18~29세 63.2%, 30대 72.9%, 40대 79.8%, 50대 90.3%, 60세 이상 84.9%로 집계됐다.
후보 지지 이유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고 전 대변인 지지층은 ‘소속 정당’을 이유로 지지한다는 응답이 39.3%로 가장 많았던 반면 오 전 시장 지지층은 ‘후보 개인 자질·역량이 우수해서’ 그를 지지한다는 답변이 42.5%를 차지했다. 고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후광 효과를 보고 있고, 오 전 시장은 민선 서울시장 중 최초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이 평가받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광진을 주민은 지하철 2호선 지하화와 낙후된 지역 개발 등 현안을 더 잘 해결할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오 전 시장(34.7%)을 꼽아 고 전 대변인(30.3%)에 비해 4.4%포인트 더 많았다. 역시 오차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집권 여당의 힘’과 ‘재선 서울시장의 관록’이 팽팽히 맞선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편 광진을의 통합당 지지율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18.4%에 불과했다. 서울경제가 여론조사를 진행한 4곳 중 가장 낮았다. 종로 20.0%, 동작을 20.2% 구로을 20.1%였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피조사자는 지난 2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통계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유선 임의전화걸기(RDD)와 휴대폰 가상번호 활용 방식으로 선정했다. 무선 전화는 89.9%, 유선은 10.1% 비율이며 응답률은 13.8%다. 자세한 내용은 엠브레인퍼블릭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