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OECD 평균 22%로 낮춰달라"

경총, 40개 과제 국회 건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3일 국회에 법인세 인하, 노동유연성 제고, 최저임금제 변경 등 경영계의 요구를 담은 경제·노동 분야 40대 입법개선 과제를 제출했다.

경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초대형 복합위기로 실물경제도 비상국면에 처해 있다”며 “시장경제에 기반해 기업의 투자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논리에 입각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4면

경총은 우선 현재 27.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하고 기업이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법인세 최저한세제를 폐지할 것을 건의했다. 법인세 부담으로 기업의 부담이 가중돼 세율 인하와 최저한세제 폐지 같은 세제개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개선도 요청했다. 아울러 경영상 해고요건도 현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서 ‘경영상 판단에 따른 인원 조정’ 등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총은 고비용·저생산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들의 구조 개선을 위해 업종별 최저임금제도 도입,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가 힘을 합쳐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균형잡힌 노사관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총이 제안한 입법개선 과제는 4·15총선 이후에야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세의 경우 미래통합당은 법인세를 최대 5%포인트 낮추고 과표구간을 현재 4개에서 2개로 단순화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김민형·하정연기자 kmh204@sedaily.com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법인세 인하, 노동유연성 제고, 최저임금제 변경 등 재계의 ‘전통적 숙원사업’을 입법개선 과제로 국회에 제출한 것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2.0%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더 침체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뤄야만 ‘L자형 장기침체’에서 가급적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를 지키려면 기존 경제정책을 ‘유턴(U턴)’에 가깝게 돌려야 한다는 절박함도 묻어 있다.

경총이 첫손에 꼽은 입법과제는 △법인세 최고세율 22%로 인하 △법인세 최저한세제 폐지 △연구·인력개발비,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 온라인쇼핑 영업시간 제한 폐지 또는 완화 등이다. 이 중 기업활력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은 법인세 문제다. L자형 장기불황에 대비해 기업의 체력을 기르고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자금의 숨통을 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할 때 반드시 우리나라의 법인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높은 법인세는 기업 유치에 발목을 잡고 기업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6개국의 법인세율 평균이 21.7%까지 내려간 만큼 우리도 27.5%에 달하는 최고세율을 22%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이 제안한 근로시간제도 유연성 확대 등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는 경제위기 속에서 오히려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는 일시적으로 근로시간이 늘어나더라도 기업이 살아남아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며 “소득 측면에서도 조업 차질로 줄었던 소득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로제의 틀을 넘어서는 근로시간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현대자동차의 경우 부품협력 업체들이 나서 최대 주 60시간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업종별 최저임금 도입 같은 방안도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생존과 더불어 이들 기업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소득과 연결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김 교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최저임금이 과거보다 더욱 부담되고 있기 때문에 고용을 많이 줄이고 있다”며 “특히 외식산업·호텔·관광업 등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들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일자리 확보의 기본 전제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이라며 “일자리를 지키려다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면 자칫 전체 일자리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해고요건을 직무수행능력과 함께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관광업계 등이 무급휴직·희망퇴직 등 벌써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경제 타격이 장기화하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해고 문제가 향후 기업과 근로자들 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경총의 제안보다 한발 더 나아가 명확한 해고사유를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재 경영상 해고에 대한 명확한 조건이 없기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가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면서 ‘판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며 “프랑스나 스페인처럼 1~2년 동안 영업이익이나 매출이 감소할 경우 등으로 경영상 필요한 해고요건을 정하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서종갑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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