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1월 14일 이광범 특검이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문화회관에서 내곡동 사저 특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범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 & Partners) 대표 변호사가 최근 ‘대표’라는 공식 직함을 내려놨다. 이 변호사는 “다른 법무법인과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교체했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로테이션’ 개념이라는 의미이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초대 수장 자리를 고려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최근 법무법인 등기상 대표 변호사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이 변호사는 대표 변호사 명단에서 빠졌다. 이 변호사는 엘비케이앤파트너스가 설립되고, ‘서초동 김앤장’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하기까지 산파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그만큼 사무실 설립에서 변호사 영입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부문이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이 변호사는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대표 변호사 수가 많아 줄였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통상 국내외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를 교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대형 로펌들도 자주 (대표 변호사를) 바꾸지 않느냐”며 “다른 법무법인들처럼 필요에 따라 바꾸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두고 초대 공수처장을 염두한 ‘한 수’가 아니냐는 법조계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도 “공직을 떠난 지 오래됐는데, 왜 또 공직으로 가느냐”며 일축했다.
지난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남기명 단장(오른쪽 두 번째)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를 중심으로 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배경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문위원 위촉식을 갖고 1차 자문위원회 회의를 여는 등 설립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는 공수처 조직 구성과 법령 정비 등에 앞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대법원과 법무부, 경찰청, 대한변호사협회,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했다. 본격 자문이 이뤄질 2차 회의는 4·15 총선이 끝난 이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한볍협은 16일 ‘공수처장 후보 적임자 추천 요청’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전국 회원에게 발송하는 등 여론 수렴 작업에도 착수했다. 오는 7월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내달 10일까지 적합한 후보자 추천을 받겠다는 취지다. 대한변협은 회원 추천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협회 내 사법평가위원회와 상임이사회에서 재차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공수처 설립 작업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서, 초기 공수처장 임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복수의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변호사를 비롯해 앞서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 김경수 전 고검장 등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이는 너무 이르다”며 “4·15 총선 결과가 공수처 설립은 물론 공수처장 운명까지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공공연히 공수처 설립 법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며 “공수처 설립이 예정대로 추진되더라도 그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이른바 정치적 ‘힘 겨루기’ 양상이 이어질 수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교섭단체 자격을 지닌 여야 정당이 추천한 위원 각 2명씩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추천위원회는 이 중 6명의 동의를 얻어 복수의 후보를 대통령에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