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금융시장 등에서 요구된 ‘중앙은행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주장에 대해 정부 보증 없이는 한국은행법상 시행하기 어렵다고 23일 밝혔다.
한은은 이날 “한은법 68조는 공개시장에서의 매매대상 증권을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에 한정하고 있다”며 “유통성과 안전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미흡한 회사채와 CP를 공개시장 매매대상 증권으로 지정하는 것은 한은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한은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발권력을 행사하는 중앙은행은 이를 통한 정책수행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이 되는 손실 위험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하에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출할 때도 적격담보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채·CP가 공개시장운영 과정에서의 매매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직접 매입 대상도 되기 어렵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회사채 및 CP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의 매입을 금지한 규정(제79조)으로 정부 보증이 없는 경우 이를 시행하기 어렵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우 정부의 지급보장 하에 CP를 매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나 CP 시장 수급 여건이 어려워지자 시장 일각에선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이들 증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