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IFC 내 라임자산운용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일명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불리는 코스닥상장사 스타모빌리티의 실소유주 김모 회장이 지난해 말 사채업자에게 200억원을 빌렸다가 되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또 다른 코스닥상장사 인수를 시도할 때도 이 사채업자의 돈을 빌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라임자산운용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데 더해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대담하게 ‘기업사냥’을 벌여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에 투자한 피해자와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대화 녹취록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등장한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 사채업자 A 회장 측에게 200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타모빌리티가 J사 지분 인수를 위해 계약금으로 200억원을 J사에 지불했는데, 이를 J사가 곧바로 A 회장 측에 건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스타모빌리티 측이 최근 J사로부터 받은 공문을 통해 드러났다. 앞서 J사 지분 인수 계약은 지난해 12월26일 해지됐다. 하지만 J사 인수 계약금 200억원은 스타모빌리티로 반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최근 스타모빌리티 측은 J사 측에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J사에서 “귀사에서 ‘이체 당일 수표로 인출해 A 회장에게 전달하라’는 요청을 받고 당일 A 회장 비서에게 넘겼다”는 답을 해온 것이다. 김 회장과 사채업자의 금전거래관계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회사에 1박2일 정도 잠깐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사실상 공시 내용 자체가 허위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김 회장이 이전에 200억원을 A 회장에게 빌려 다른 곳에 갖다 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로부터 4일 뒤인 지난해 12월17일에는 재향군인회 상조회 입찰과 관련한 경쟁발표(PT)가 있었다. 이때 320억원을 써낸 김 회장 측 컨소시엄은 이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결국 상조회를 인수했다.
또 김 회장이 회사에서 192억원을 빼낼 때도 A 회장과 관련된 회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 1월14일 식품회사 W사의 지분 인수 및 실사보증금 명목으로 192억원을 법무법인 B사에 에스크로(제3자 예치) 방식으로 맡겼다. 이는 전날 스타모빌리티가 라임으로부터 전환사채(CB)로 투자받은 195억원 중 일부다. 그런데 김 회장의 자금책인 김모 사장은 이 돈을 법무법인에 맡긴 날 바로 찾아갔다고 한다. 이후 이 돈은 향군 상조회 인수대금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A 회장은 “지인의 회사를 인수하겠다 해서 소개해줬는데 그러고 진행이 되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A 회장은 김 회장 측으로부터 금전적 피해를 입은 상태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J사를 통해 코스닥상장사 Y사를 인수하려 했다. 이때 A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 일부를 취득했다. 다만 경영권 확보를 위한 나머지 자금은 라임이 넣기로 했는데 당시 라임 의혹이 불거지면서 투자가 무산됐다. 이에 A 회장 측은 J사가 가진 주식에 질권을 설정해놓은 상태다. A 회장은 “김 회장은 1년 전쯤 알게 된 고객 중 한 명”이라며 “피해액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J사 인수 계약금 200억원과 W사 인수 보증금 192억원은 앞서 스타모빌리티가 김 회장과 자금책 김씨를 서울남부지검에 횡령 혐의로 고소한 517억원에 포함된 돈이다. 회사 측은 고소장에 관련 문건을 증거로 첨부했다. 따라서 검찰에서 이 돈의 행방과 쓰임과 관련한 의혹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권형·김기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