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급전이 필요해 은행 예·적금을 깨거나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과 양극화 심화로 최근 수년간 예·적금 해지가 가파른 증가세를 그려온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서울경제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올해 1~2월 개인 명의 정기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를 집계한 결과 1년 전(123만4,810건)보다 8.7% 증가한 134만2,821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1월에 중도 해지된 예·적금 건수는 전년 대비 1.3%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월에는 17.7%나 증가했다. 은행권 예·적금 중도해지 건수는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30%가량 늘어왔는데 올 들어서는 지난해 연평균 흐름에 견줘서도 이미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은행 예·적금을 깨는 사람들이 또다시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만기 전에 예·적금을 해지하면 약정금리의 10~80%밖에 받지 못한다. 대부분 만기 때 지급되는 우대금리도 받을 수 없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도 예·적금을 중도해지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서민 가계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에 문제를 겪는 가계나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예·적금 중도 해지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예금을 포함해 은행에 들어놓은 예·적금과 펀드를 담보로 돈을 빌린 건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1~2월 신한·KB국민·하나·NH농협은행 등 4개 은행에서 청약 포함 예·적금 및 펀드를 담보로 신규 취급된 대출 건수는 11만7,045건으로 1년 전보다 8.6% 늘었다. 이 역시 2월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년 대비 1월 증가율은 1.6%에 그친 반면 2월 증가율은 16.3%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저금리가 심화함에 따라 예전에 들어놓은 더 높은 금리의 예·적금을 깨고 이자를 손해 보는 대신 급한 돈을 담보대출로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적금을 깨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건수는 급증한 반면 해지·대출액은 1년 전보다 줄거나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도 당장 마련하기 어려워 예·적금에 손을 대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5개 은행의 올 1~2월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1년 전보다 24.7% 감소했고 같은 기간 4개 은행의 청약 포함 예·적금 및 펀드 담보대출 잔액은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