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9)씨는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10을 구입했다. 매장에서 일정 기간 비싼 가격의 5G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전제를 둬 5G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7만원대 요금을 매달 꼬박꼬박 내면서도 막상 5G를 체감한 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5G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지역이 많아 롱텀에볼루션(LTE) 우선 모드로 바꿔놓고 사용하고 있다. 박씨는 “매달 내는 요금은 더 비싸지만 5G가 오히려 LTE보다 더 느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오는 4월3일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이동통신 3사는 5G로 바뀔 세상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세계 최초 상용화 기록을 달성했다. 1년이 지나는 동안 5G는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가입자 역시 가파르게 증가해 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연내 1,500만명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가입자들에게 5G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묻는다면 대부분 ‘아니오’라는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5G가 이용자들에게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얻는 대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5G 기지국이 10만8,897국으로 지난해 4월 상용화 시작 단계(3만5,851국)보다 3배 이상 늘어났지만 여전히 커버리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나마 바깥에서 5G가 터지더라도 5G 인빌딩(실내통신) 장비 구축이 부족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부터 클라우드게임까지 소위 5G ‘킬러 콘텐츠’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즐길 거리도 충분하지 않다.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이 이제야 5G 첫걸음을 떼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이동통신 발전은 뜀박질을 넘어 날아가는 상황이다. 다만 빠른 속도만큼 질적인 만족도도 이제 신경 써야 할 때가 아닐까. 지난 1년간의 5G가 ‘무늬만 5G’라는 비아냥을 받았다면 앞으로의 1년은 ‘진짜 5G’라는 찬사를 받을 시기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