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두산重 노조 …원전 건설 재개 호소

창원상의와 공동으로 호소문 발표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한국형 원전 주기기./사진제공=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034020) 노동조합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를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이 확보했던 10조원 규모의 일감이 증발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자 노조가 직접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두산중공업 노조와 창원상공회의소는 24일 ‘지역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지켜주십시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간절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중단으로 생산해놓은 제품의 가치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전락했고, 분주히 돌아가던 사업장의 열기는 임직원들의 한숨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장 우리 지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일 중 하나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라며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전환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로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 세워질 50여 개의 원전산업 시장을 공략할 생태계 유지의 시간, 가스터빈 등 대체사업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버텨낼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추가 내용을 담은 대정부 호소문을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에 발송할 예정이다./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두산중공업 노조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당국에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7조원)와 석탄화력발전소 3기(3조원) 수주물량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8차 계획에서 제외돼 약 10조원의 천문학적인 수주금액이 증발했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공장 가동률은 올해 10% 미만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에 따른 매몰비용은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중공업은 경영난 극복을 위해 최근 사업조정·유급휴직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벌여왔지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감증발로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은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 2017년까지 17조원대에 달했던 수주잔액은 지난해(9월 말 기준) 13조9,05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2월부터 45세 이상 직원 2,5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인력구조조정도 모자라 일부 유휴인력에 대한 휴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11일 노조에 ‘경영상 휴업 시행을 위한 노사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올해 창원공장 전체가 저 부하인 상황이고, 오는 2021년에는 부하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급감한 뒤 앞으로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상경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두산중공업 노사는 휴업 대상 선정과 휴업 기간 등 세부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협력사들도 일감이 2016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며 고사위기에 처했다. 두산중공업이 창원지역 총생산의 15.4%를 차지하고 창원 제조업 종사자의 5.7%가 두산중공업에서 근무하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지역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작스레 이뤄진 정부의 탈원전 선언에 두산중공업이 대처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노조가 나서 친노동자 정부에 탈원전 정책의 속도 조절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긴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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