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였습니다. 부활절(4월12일)까지 미국을 정상화하겠다고 천명한 것이죠. 전날 “3~4달보다 빨리”라고 한 데서 이번에는 구체적 시점을 못 박았습니다. 정상화는 자가대피 명령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뜻입니다. 물론 핵심은 경제입니다. 이미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대공황 이래 최대의 어려움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거셉니다. ‘경제냐 사람 목숨이냐’는 것이죠.


트럼프는 코로나19에 짜증이 나 있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활절까지는 이 나라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정력과 활력, 활기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집이나 아파트, 일정한 공간에 갇혀 있길 원하지 않는다”며 “2년 동안 닫힌 상태로 두자는 의사들이 있다고 확신한다. 안 된다. 다시 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이달 말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평가해 다음달 12일인 부활절 전까지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5일짜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이달 말 해당 지침이 끝나면 미국을 다시 되돌려 놓겠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때에 평가해서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 약간의 시간을 더 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 나라를 다시 열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일하러 되돌아 가야 한다”고 했는데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짜증이 나 있다고 전합니다. 모든 이슈가 코로나19로 쏠려 있는 것도요. 아마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꽃길을 걷는 그에게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가 나타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2·4분기 성장률이 -30%(연환산 기준)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12.8%까지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올해 연간 마이너스 성장과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몇 개월 간 셧다운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사태 초기 중국이 미국의 도움을 거절한 것에 대해 “솔직히 아주 화가 난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 중국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들였다면 아마 이 정도까지 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합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보면 이번에도 밀어 부칠 것 같습니다.


경제가 먼저라는 트럼프…사람이 먼저라는 민주당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부활절은 다른 이유로 중요하지만 나는 이 이유로도 부활절을 중요한 날로 만들 것”이라며 “나는 그것(미국)이 열리도록 한 뒤 부활절을 지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고 했는데요. 이어 “코로나19보다 대규모 경기침체가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면 자살과 우울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매년 수만 명의 사람이 계절성 독감이나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고도 했고요. 정리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너무 앞세우면 경제가 나빠지고 이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죠. 경제가 먼저라는 말입니다.

텍사스주 부지사의 말은 더 노골적입니다. 공화당 소속인 댄 패트릭 부지사는 경제회복을 위해 노인들이 기꺼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코로나19는 두렵지 않지만 자택 대피령과 경제난이 미국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더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다음 주면 70살이 된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을 지키고, 아이들과 손자들을 지키기 위한 대가로 노인들이 기꺼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는데요. 그는 “70세 이상 노인들은 자신을 돌볼 것”이라며 “일터로, 일상으로 돌아가자. (코로나19 때문에) 나라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내 건강은 개인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죠.

반발은 거셉니다. 이에 대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나의 모친과 당신의 모친 목숨은 소모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는데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완화입장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나가면 경제는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억제조치를 조기에 완화하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들의 말을 듣지 않고 부활절 전에 경제활동을 재개하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위험한 시도라는 뜻이죠.


사람과 경제 둘 다 중요하지만….

이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좋은 공중 보건은 또한 좋은 경제를 필요로 한다”며 보건 위기 상황에서도 일정 시점에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각은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며 “그건 양자택일이 아니다. 그 둘은 함께 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는데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방역과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경제여건이 받쳐줘야 한다는 얘기지요. 경제가 무너지면 공중보건도 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물론 사람의 목숨은 두 개가 아니지만 말입니다. 둘 다 중요하다는, 약간의 물타기가 들어가 있는 말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경제냐 사람 목숨이냐는 프레임까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인 입국금지를 못한 것이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말 “중국 쪽 입국금지는 이미 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입국 금지를 할 경우 우리 쪽 불이익이 더 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의약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경우 오히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입국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경제와 이해득실을 먼저 따진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태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실효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때의 보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태 초기라면 몰라도”라는 부분이 입국 금지가 효과가 있었다는 말을 시인한 것이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지금은 각국이 우리나라의 대응체계를 칭찬하지만 이 부분은 논란거리가 됩니다. 세월호 사태를 되새기며 ‘사람이 먼저’를 내세운 정부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처럼 경제를 먼저 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과 다를 게 없다는 말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